반도체 장비 및 소재업계가 상대적 박탈감에 신음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하이닉스가 6분기만에 흑자전환을 이뤘다고 난리지만 이들에겐 ‘딴세상’ 얘기로 들린다.
사실 장비 및 소재업체들의 올해 매출은 최근 2∼3년 사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LCD 경기가 살아나면서 소자 및 패널업체가 앞다퉈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것은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률은 되레 줄어들어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 3분기 삼성전자가 순이익률 16%대에 달하는 1조8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장비 및 소재업체들은 많아야 7∼8%대의 순이익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업체도 한둘이 아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장비업계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장비 가격 낮추기에 혈안이 된 소자업체의 횡포를 들며 소자업체의 풍성한 수확 이면에는 장비업체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몇몇 장비업체 CEO들은 아예 수주받는 것이 겁날 정도라고 말한다. 밑지는 장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묵묵히 응해야 하는 자신들의 신세를 ‘머슴’에 비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해외시장에서도 재현된다는 것이다. 최근 대만 패널업체의 장비발주에 임한 국내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 등의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 고개를 내저을 정도라고 전한다.
장치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산업특성상 설비투자 절감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만 쫓다 국내 장비업계가 부실화된다면 소자업체의 미래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소자업체만 탓할 수 없지만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분명 문제다. 반도체 강국의 꿈이 ‘반쪽’으로 그칠 것인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소자업체들이 꼭 한번 되돌아봐야 할 숙제다.
<디지털산업부·장지영 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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