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증시통합에 관한 법률 입법에 부쳐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설립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예고됐다.

 증권거래소, 선물시장, 코스닥증권시장 등 3개 시장을 단일거래소로 통합하겠다는 것이 이 법률안의 골자다.

 당국은 시장 통합 이유에 대해 거래비용의 절감과 이용자 중심의 시스템 구축 그리고 국제적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청산 및 전산기능의 통합과 이용자 중심의 시스템구축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국제적 경쟁력 있는 증권거래시장을 육성한다는 새 법률(안)에는 담아야 할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번 법률(안)에는 기존의 증권거래법과 마찬가지로 유사거래소 설립 금지조항이 있다. 증권거래시장을 독점사업으로 규정해 놓은 기존의 인식에서 한발자욱도 나아가지도 못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원리에 의한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 터에 주식회사 형태만 갖추면 국제 경쟁력을 갖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결코 선진화된 증권거래시장 산업을 가질 수 없다.

 여기에다 통합거래소 이사장 임명에 대한 재경부장관의 거부권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엄연히 후보 추천위원회가 있고 이사회가 있는데 재경부장관만이 적임자를 최종적으로 고를 수 있다는 제도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시장운영의 독립성 보장을 강조하지만 지금 제출된 법률(안)이 시장운영의 독립성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보는 이는 적다.

 거래소, 선물, 코스닥시장별로 시장의 운영과 관리가 독자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법률(안)에는 근거 규정이 없다. 또한 이사장 아래 법률로 명시된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업본부장을 두는 법률(안)으로서는 각 시장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

 통합거래소의 설립취지인 통합시너지 효과와 독립, 자율경영과 상호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제고하려면 반드시 각 사업본부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하여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다 사업본부장의 인사를 독립적으로 하고 자율적 책임경영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사업본부장도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주총에서 선임되도록 해야 한다.

 시장별 위원회의 기능도 보다 명확히 독립적인 것으로 강화해야 한다. 시장운영에 관한 규정의 제·개정등을 정관에서 시장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인원도 늘려야 실질적이고도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새로운 도약은 증권관련기관의 체질개선과 내부역량 강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면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주식문화 확산과 더불어 국제적 기준을 담자는 법률(안)이 정작 그 내용에 있어서는 경쟁과 자율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시장통합이 순수한 경쟁력강화 측면에서만 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사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소시장과 선물시장의 통합은 그렇다쳐도 코스닥시장까지 통합하려는 당국의 정책의지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설립이래 신성장(벤처)산업 육성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담당해 왔다. 누가 뭐래도 세계적 기술주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우리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뉴비즈니스의 산실로 기능해 왔다.

 시장 자체의 수익성이 없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지도 않았는데도 통합은 당위라고 밀어부치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왕에 통합거래소가 유일한 방안이라면 국제적 기준과 시장경쟁원리 그리고 자율과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놀다가 종국에 그 책임을 죄없는 시장참여자가 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정책실명제가 이루어져 나중에 그 공과를 따져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지적이다.

◆곽성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kwakss@wooricapi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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