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FTA 체결 시급하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밀고 나가라. 필요하다면 내 이름 팔아도 좋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드시 관철시키라면서 청와대 경제트리오(이정우 정책실장, 권오규 정책수석, 조윤제 경제보좌관)에게 내린 노무현 대통령의 특명이다.

 그동안 국가간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FTA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사회갈등과 정쟁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FTA의 거센 물결을 확인한 이후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잘 알다시피 FTA 체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거의 모든 WTO 회원국이 1개 이상의 FTA를 체결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00년까지 WTO에 통보된 기체결 또는 협상 중인 FTA의 수가 240개에 이르고, 실제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협정이 148개에 달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변국도 마찬가지다. 최대 교역국가로 부상한 중국의 경우 홍콩·마카오·싱가포르·대만을 아우르는 대중화(大中華)경제권 창설과 함께 동남아 10개국으로 이루어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FTA 체결에 나섰으며, 일본은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에 이어 내년 실시 목표로 멕시코와의 FTA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우리 정부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르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개방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교역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등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만 해도 그렇다. 현행 완성차 관세가 한국은 8%, 일본은 무관세인 점을 감안하면, 관세철폐가 일본차의 한국수출은 늘어나는 반면 한국차의 대일 수출 효과는 미미하다.

 전자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일 관세율이 8.0%, 일본의 대한 관세율은 0.8%이기 때문에 수출증대 효과는 일본이 크다. 다만 반도체 부문은 한국은 메모리, 일본은 비메모리 및 반도체 장비로 분화돼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일본기업의 대한 투자 및 기술이전이 현실화되지 않거나 일본 시장에 대한 비관세장벽(국내 시장에서 수입품에 국산품보다 불리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대로 체결되지 않을 경우 무역적자만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가 체결될 경우 1∼2년간은 일본 제품 수입 증가로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이 0.07% 줄고 무역수지도 한해 15억4000만달러 더 악화되지만, 3∼10년 안에 싼 부품 수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로 GDP가 2.88% 늘고 무역수지도 30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구 1억7000여만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을 내수시장처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업체간 상호 경쟁 및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과잉투자를 해소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하다고 본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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