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전자산업의 수출이 3개월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IT를 비롯한 디지털전자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성장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경제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가 지워졌으면 한다.
지난 9월중 우리나라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은 66억7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별 수출액이 7, 8월에 이어 3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을 강타했고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하는 등 수출여건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됐는 데도 불구하고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이 이렇게 크게 성장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IT관련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가 잡정 집계한 결과, 9월중 IT수출 실적이 작년 동월보다 25.7% 늘어난 50억3000만달러였다는 게 이를 입증해준다. IT수출이 월단위로 50억달러를 상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월단위 사상 최대 수출 기록도 7월부터 연속해서 경신될 정도로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하이닉스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등의 악재로 지난 2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대미국 반도체 수출이 8개월만인 9월에 작년 동월대비 16.4% 증가한 3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앞으로 수출 전망이 밝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 호조 품목도 특정 IT제품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이 때문에 벌써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이 당분간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이 지난 3개월간 연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결코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같은 외관상의 장밋빛 현상과 달리 수출전선에 가로놓인 복병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반도체·이동전화 단말기 등 일부 제품의 월간 수출액이 10억달러를 상회하는 등 주력 수출품목이 한정돼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특히 이동전화 단말기의 경우 북미지역의 cdma2000 1x, 유럽지역의 GPRS서비스 확산에 다른 교체수요 증가로 작년보다 수출이 늘어나긴 했으나 아시아 지역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점은 가볍게 보아 넘겨선 안된다.
더구나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경기가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우리나라의 대미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제 미국의 컴퓨터, 휴대폰 시장에서까지 무섭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무역협회의 보고서는 우리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끔 한다. 게다가 달러약세 기조 등으로 원화의 평가절상이 이뤄지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그만큼 최근 수출이 호전된다고 해서 추세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될 일이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길은 상품 경쟁력 향상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침 어제부터 코엑스에서 ‘2003 한국전자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자전이 한국 디지털전자산업의 현주소를 재점검하고 이를 통해 약점을 보강,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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