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소년 아톰(원제 철완 아톰)’은 일본 TV애니메이션의 효시격으로 50년전 후지TV에서 4년간 방영된 바 있다. 당시 평균 시청률이 30%였다고 하니 일본 중년들은 가히 아톰세대라 칭할만 하다. 패전으로 자존심과 경제에 큰 상처를 입은 일본 국민은 정의를 위해 싸우면서도 인간적인 로봇 아톰의 등장으로 새로운 미래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어린이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줌으로써 일본 로봇산업 발전에 아톰이 지대한 공을 세운 것도 잘 알려진 사실. 그런 아톰을 소니픽처스와 데츠가프로덕션이 합작해 2003년형 아톰 TV시리즈로 세상에 선보인 것은 복고와 불황의 시대 21세기에 당연한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아톰의 시대배경이 2003년인 것이 흥미롭다. 제작사에 따르면 2D와 3D를 섞어 과거와는 다른 색감을 선보이고 우주배경을 확장했으며 캐릭터도 34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방영 후 주제곡을 예전의 것으로 바꿔달라는 시청자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하니 무조건 새롭게 하는 것만이 리메이크의 능사는 아닌 듯 하다.
아톰의 부활몸짓은 TV시리즈뿐 아니라 관련 특집물, 영화, 캐릭터 상품, 이벤트 등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11월에 공중파로 방영될 예정이다.
TV시리즈인 아톰과 달리 ‘로보트 태권V’는 당시 홍보포스터를 보자면 ‘사운드트랙’을 갖추고 대중 앞에 선 ‘장편 만화영화’에 해당한다. 1세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홍길동’에 이어 로보트 태권V는 18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러한 태권V도 속편들 이후 한동안 잠을 자고 있었으나 두달 전 부활의 시위를 당기는 사건과 만나게 된다. 바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사라진 줄만 알았던 태권V의 네가필름을 우연히 찾아낸 사건이다. 필름 복원에 10억원 가량 드는 것이 문제지만 복원만 되면 극장 재개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태권V를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별도로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의 리메이크가 과연 과거의 인기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에서 광범위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아톰 시청률이 10%대라고 하니 아톰이 변한 동안 시청자들도 바뀐 것이 분명하다. 그 사이 시청자들은 ‘포켓몬’ 등 과거와는 다른 캐릭터와 스토리 구조에 익숙해져 갔으며 정확히 어떤 계층이 아톰을 다시 봐줄 수 있을 것인지도 애매하다. 태권V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나마 지난 20세기 한국의 히트상품 영상물 조사에서 ‘모래시계’와 함께 태권V가 상위에 오른 것은 희망의 단초를 제공한다. 현 추세에 맞게 업그레이드되고 체계적인 공동 마케팅과 커뮤니티 연계가 이뤄진다면 태권V도 흥행 캐릭터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지금 태권V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세대의 생각 속에는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겠지만 21세기의 새로운 ‘로보트 태권V’를 볼 실질적인 세대들은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수훈·삼지애니메이션 대표 ceo@sa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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