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은 제값주고 사 `눈쌀`
공공기관이 스스로 정해놓은 조달단가를 지키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헐값에 구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들은 대부분의 국산 제품을 조달 단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구매하면서도 외국 소프트웨어는 제값을 주고 사들이고 있어 국산 역차별 논란과 함께 빈축을 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기관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면서 조달단가를 무시하고 정상가의 절반 이하에 구입하고 심지어 조달단가의 10% 미만에 계약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 행정자치부는 ‘2003년도 정부고속망 통합보안관제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백신 구매 가격을 1개당 2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행정보호용 시스템으로 선정된 백신 조달단가인 1만5000원의 14% 수준이다. 행자부는 지난해 같은 사업에서도 백신을 1개당 1560원에 구매했다.
또 다른 중앙행정기관도 백신을 조달단가의 30% 수준에 구매했으며 모 지방 국립대학에서는 국산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와 조달단가에서 3분의 1을 할인한 가격에 계약했다.
이에 대해 모 중앙행정기관의 구매 담당자는 “조달 단가대로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이를 지키기가 여의치 않다”며 “특히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 구매 예산이 뒤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등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의 제품은 조달단가 그대로 구매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일부는 제값에 사고 나머지는 무료 기증을 강요하는 형태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보충하는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조달단가를 지키지 않는다”며 공공기관의 SW 구매 관행을 비판했다.
이처럼 조달단가가 무너지고 있지만 국산업체는 이의 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조달단가 이하로 맺은 계약이 적발되면 그 차액만큼 공급 업체에 과징금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제품을 공급했는데 과징금까지 낼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황을 받아 들이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류종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진흥사업팀장은 “공공기관에서 조달단가를 지키기 않는 사례는 비공식적으로 듣고 있다”며 “그러나 공공기관들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과당 경쟁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