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국력이다]다국적기업(1)

◆새 비전·현지화 `양날개`

 급변하고 있는 한국의 IT 기업환경은 외국계 기업에게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은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가 하면 차세대 성장엔진을 마련, 가동에 들어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소니의 변신이다. 소니는 전자·가전 제품 영역을 넘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UVN)’를 21세기 소니의 자화상으로 잡고 이를 위한 혁신 방안들을 실행하고 있다.

 소니의 이같은 구상은 장래에 소니가 단순 가전 메이커가 아닌 AV·IT엔터테인먼트·콘텐츠를 결합한 종합IT기업으로의 도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은 ‘소니의 미래는 영화와 음악·게임을 전자·가전과 결합시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필립스는 ‘커넥티드 플래닛(Connected Planet)’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가정 환경에서 자유로운 정보기술을 실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으로, 언제 어디서나 컨텐츠와 정보·엔터테인먼트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립스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있는 필립스 홈랩(HomeLab)에서 수행해 온 연구를 바탕으로 , `경계없는` 기술을 연구, 각 기기들이 더욱 지능적이고, 양방향성을 띄며, 더욱 직관적인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라는 개념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컴퓨터어쏘시에이츠(CA)는 지난 26년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쌓아온 막대한 유산이 미래를 이끄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회사는 스피드·이노베이션·정확성 등이 미래 기업에게 요구되는 점을 감안해 관리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도 잇따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전통적인 비지니스 영역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의 지사들도 본사의 전략에 충실하는 한편, 한국에 걸맞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을 움직이는 IT기업군의 한 축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한국오라클>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 http://www.oracle.com/kr)은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해 IT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위한 토탈 솔루션 제공업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해 가고 있다.

 오라클의 데이타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주력 제품은 `오라클9i`.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이란 수식어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기업들 가운데 약 6000여개가 오라클의 DBMS 제품을 쓰고 있다. 이 제품이 독보적인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프트웨어로서는 보기 드문 성공적인 마케팅 덕이다. 오라클은 앞으로도 자사의 난공불락 제품군과 고객사의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하여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오라클은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는 ‘오라클9i’ 뿐만 아니라, ERP·B2B·CRM 등 각 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기업의 비즈니스 현안에 주안점을 둔 종합적인 e비즈니스 컨설팅과 통합 솔루션 제공을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오라클은 자사의 전제품 및 솔루션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백엔드에서부터 프론트엔드까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관리제품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오라클은 지난 2001년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61%나 급증하는 등 지난 수년간 최고 성적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남보다 먼저 시작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윤문석사장의 경영 방침 덕분이다.

 윤문석사장은 유연성을 중시하는 조직론을 주창한다. 그는 "참새떼가 있는데 수백마리가 군을 이루며 간다. 마치 구름이 가는 듯하지만, 한 순간을 스냅사진으로 찍으면 그 중에는 옆으로 날거나 심지어 반대로 나는 참새도 있다. 그렇게 각각 방향이 다를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한 방향으로 같이 날아가는 것이다. 기러기의 일사불란한 대형과는 틀리다."라는 요지의 말을 자주한다. 윤 사장 자신은 참새부대의 무게중심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야 직원 각자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바탕에서 회사가 발전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필립스전자>

 필립스전자(대표 신박제 http://www.philips.co.kr)는 첨단 전자기술의 구현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1891년 창립 이래 견지 해 온 기업 이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여 고객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네덜란드의 필립스 본사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커넥티드 플래닛(connected planet)`을 세계 전자업계의 화두로 제시한 것도 이를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립스는 이미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무선 표준을 위한 디지털 홈 워킹 그룹(DHWG)과 가전산업 리눅스 표준(CELF), 그리고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위한 산업간 제휴를 결성해 놓고 있다.

 필립스는 AV가전·소형가전·조명· 반도체·의료장비 등 최종 소비자에서 첨단 산업분야에 이르기 까지 폭 넓은 사업영역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사업분야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또 미래 핵심사업으로 떠오르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커뮤니케이션 및 정보가전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스토리지·네트워킹 솔루션 등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제품전략은 고성장을 이룩해 낼 수 있는 첨단기술 기반의 디지털 제품에 역점을 두고 마케팅을 강화하여,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관련 포트폴리오에는 일반 브라운관 TV로도 HD급 고선명 화질을 구현해 낼 수 있는 16:9 화면의 와이드스크린 `픽셀 플러스(Pixel Plus)` TV를 비롯해 유럽 최고의 PDP TV로 선정된 바 있는 HD급 PDP TV와 최신 LCD TV·DVD레코더·인터넷 오디오 등 디지털 복합제품이 있다. 나이키와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소개된 `입는 가전`은 포터블 스포츠 오디오, 초소형·초박형·고휘도·유연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폴리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또 세계 처음으로 장착한 필리쉐이브 센소텍(Philishave Sensotec) 전기면도기, 세계 최초의 음파칫솔 소니케어(Sonicare) 등이 포함된다.

 필립스전자는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실적관리(People Performance Management: PPM)`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관리하고, 핵심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브랜드 부문에서는 다양한 사업 영역과 제품, 서비스를 통합하는 강력한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립스는 최근 몇 년동안 그룹 차원에서 CI를 전면 개정하여 브랜드 전략을 ‘쇄신하고, 하나의 얼굴, 하나의 목소리가 내는 시너지 효과를 더욱 늘리기 위한 통합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HP>

 ‘+HP=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컴팩과의 합병 이후 HP가 내건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합병 이후 새로운 HP에 대한 전세계적인 포지셔닝을 위해 수행된 대규모 글로벌 캠페인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HP를 프린터 또는 PC업체로 먼저 떠올리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HP가 프린터·PC 기업이라는 차원을 넘어 세계 유수 기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엔터프라이즈 테크놀로지 솔루션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HP는 향후 포지셔닝 전략을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테크놀로지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삼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 http://www.hp.com)는 이같은 HP본사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한단계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5월HP와 컴팩의 통합에 이어 지난해말 컴팩코리아와 합병을 완료한 한국HP는 합병 이후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고객에게 IT투자를 돌려주자(Return on IT)’는 기치를 내걸었다.

 통합법인으로 새 출발한 한국HP는 매출면에서 지난해의 1조6800억원(수출제외)에 비해 한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본사 매출의 약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프린터 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입을 바탕으로 오픈시스템 마케팅·노트북PC·PC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엔 모바일과 PC기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태블릿PC를 내놓고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섰다. 이와함께 PC제품라인은 기업용의 경우 구 컴팩제품인 ‘에보’로, 소비자용은 HP제품인 ‘파빌리온’으로 특화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전략으로 한국HP는 향후 3∼4년내에 2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 투자도 적극 진행할 계획이다. 일찌기 한국인 경영진으로 교체하며 토착기업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HP는 향후 모바일 분야에 SK텔레콤과 함께 1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최준근 사장은 “직원에 대한 교육이 과거에는 회사 책임이었지만, 현재는 직원 자신에게 달려있다. 직원들 자신이 필요한 교육을 자신이 개발해야 한다”며 “최고의 인재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