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법 개정 서둘러야

 방송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정부정책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할 뿐 아니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정부부처간 이견조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방송통신구조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두느냐, 국회에 두느냐’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줄다리기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차제에 방송법 개정안을 내년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될 17대 문광위로 넘기자는 의견이 제시될 정도라니 걱정이 크다.

 잘 알다시피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산업 파급력이 큰 지상파 및 위성 DMB와 DMC 등 통신방송 융합 관련 신규 서비스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이를 계기로 삼아 IT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국가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뿐만 아니라 법 정비가 끝날 때까지 관련기관들이 힘겨루기에 나설 경우 중복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정치적인 이견으로 인해 방송법 개정안 자체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관련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진입 절차, 채널 및 편성 운용 방안, 규제와 광고 운영 등 관련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 시기와 투자 규모를 결정할 수 없고, 투자가 늦어지면 서비스 도입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 왔던 장비·단말기·콘텐츠 등 후방산업계가 그동안 쏟아 부었던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이를 근간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구상도 보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신규 디지털 방송 도입과 방송위의 재정립 등 방송산업계 현안을 다룬 방송법 개정안이 무작정 미뤄지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화두인 지상파 DMB 등 뉴미디어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도입·확산되기 위해서는 방송법 개정을 통한 법적 토대 마련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새로운 뉴미디어를 방송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느냐, 아니면 산업논리로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해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문화논리와 산업논리로 맞서면서 맞대결하고 있는 방송위와 정통부의 이견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뒤로 미룬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허무는 신생 방송통신기술의 등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미루면 미룰수록 득보다 실이 많다. 정부가 밑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고, 그만큼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우리가 방송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통과 무산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년전 부터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는 등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지극히 소모적인 여야간 정쟁과 밥그릇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는 단체 및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산업 파급력이 큰 디지털방송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미뤄져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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