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하나로지분 매입 들어간 듯

 LG그룹이 4일 LG투자증권을 통해 사실상의 하나로통신 추가 지분 매입에 들어가고, 외자유치추진측도 오는 9일 조인식을 갖기로 ‘맞불 대응’에 나서면서 하나로통신 경영권 향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혈전으로 치닫게 됐다.

 이와중에 하나로통신 주가는 이날 지분 쟁탈전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지난 6월 2일 이후 3개월여만에 상한가까지 치고 올랐다.

 이날 하나로통신은 이틀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 장초반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 장막판 상한가를 찍으며 4050원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전날보다 무려 5배가량 늘어나 3200만주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LG증권측의 ‘상품운용’ 해명에도 불구하고 LG가 외자유치 저지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진단했다.

 ◇LG가 지분매입에 나선 이유=LG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다음달 21일 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이 통과될 경우,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지분은 10% 아래로 떨어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에 한참 뒤떨어질 뿐 아니라 경영권 장악도 불가능하게 된다. 오랜시간 공들여왔던 통신 3강 진입, 데이콤-하나로통신-파워콤 합병 전략도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LG측으로선 통신사업 파국이라는 막다른 골목을 피하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하나로통신의 지분 추가 확보라는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영권 인수효과는 이전보다 크게 약화=LG그룹이 하나로통신의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 확보는 가능하더라도 그 효과는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지난번 유상증자 최소금액 2500원보다 지금의 인수비용은 훨씬 높아져있다. 더구나 그 당시엔 LG가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전령’으로 비춰지며 정통부와 통신시장의 인식도 우호적이었지만 현 상황은 완전히 돌변해있다. 정통부가 줄기차게 외자유치에 무게를 둔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LG에겐 큰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동양종금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LG와 대척점에 서있는 SK텔레콤으로서도 지금 LG가 하나로통신을 가지려고 하면 ‘그냥 줘버리면 되지’하는 판단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유상증자 실현 땐 LG의 힘이 너무 커지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닌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통신 주가 향방엔 전문가도 반신반의=하나로통신의 급등과 현주가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펀드멘탈상 부담스러운 수준이란 평가를 대부분 갖고 있다. 다만 LG에 의해 지분 경쟁이 본격화되면 단기적 상승 여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직접적인 지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적은데다, LG측의 전략도 명확히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주가 상승세를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한결같은 의견이다.

 대우증권 양성욱 연구원은 “하나로통신 주가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최근 모멘텀플레이 상황에 국한된 것이지 펀드멘탈한 평가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분 경쟁에 따라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급격하게 꺾일 만한 불확실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