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중국과 한국 국책 스마트카드사업 수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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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피니언·ST마이크로·필립스·삼성전자·르네사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들이 한국과 중국의 대규모 국책 스마트카드사업을 놓고 사활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내년 1월부터 기존 교통카드를 새 규격의 스마트카드로 전면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 2일 사업참가자들의 입찰제안서를 마감, LGCNS와 삼성SDS가 주축이 된 두 개의 컨소시엄들이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S 컨소시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오픈 플랫폼을 표방한 LGCNS 컨소시엄에는 인피니언·ST마이크로·필립스 등이 수주를 위한 물밑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프로젝트는 스마트카드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원에 이르는데다 향후 여타 도시의 교통카드 시스템 교체작업에 레퍼런스(참고)가 될 수 있어 최종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2007년까지 13억 전 인구의 주민증을 스마트카드에 기반한 전자주민증으로 바꾸기로 하고 입찰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표, 삼성전자와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이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다음달쯤 1차 마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정부의 이번 입찰은 자체 스마트카트칩 솔루션을 갖고 있지 못한 만큼 해외 업체들 중 후가공 및 조립을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거나 중국 협력업체에 기술이전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참여의사를 밝힌 반도체업체들이 현지 투자 정책까지 잇따라 내놓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피니언은 이같은 중국 정부의 투자유치책을 유념해두고 약 10억 달러를 들여 오는 2005년 가동을 목표로 상하이에 메모리 및 스마트카드칩을 조립하는 후공정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또 파운드리업체 SMIC와는 외주 생산 및 공정 기술을 이전키로 했다. 중국 각지로 흩어져 있는 현지 사무소를 상하이 법인으로 통합, 오는 17일에는 율리히 슈마허 회장이 방중,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발족식을 갖는다.

 삼성전자는 베이징법인과 상하이법인을 중심으로 현지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주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베이징에 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쑤저우 반도체 및 LCD 후공정 공장 등을 중심으로 현지투자를 확대하는 점 등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이외에도 ST마이크로와 필립스도 현지 투자 및 기술이전 등을 전략으로 협력업체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번 입찰에서 최종적으로 한 업체만 선정할지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여타 조건들이 까다로워 선정작업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국 입찰에 참여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 입찰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중국 정부 전자주민증은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한다”면서 “양국이 모두 어떤 결론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수주결과에 따라 스마트카드칩 시장의 판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