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업계에 새로 등장한 CEO들이 침체된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초부터 최근까지 새로 취임한 CEO들은 다국적 하드웨어 업체의 경우 윤재철 한국후지쯔 사장, 김경진 한국EMC 사장,강세호 한국유니시스 사장 등이 꼽힌다.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분야에서는 홍순만 사이베이스코리아 지사장과 오재철 볼랜드코리아 지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등장했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과 천신일 세중 나모인터랙티브 회장은 경영권분쟁을 치르고 회사를 인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들 새로운 CEO들은 각각 맡고 있는 분야나 취임 시기 등은 다르지만 3분기 이후의 기업 성과가 취임 초기의 성적표가 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더욱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기업 환경에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변화와 함께 매출 확대를 아뤄내야 한다는공통된 숙제를 안고 있다.
윤재철 한국후지쯔 사장과 김경진 한국EMC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사령탑을 맞았을뿐 아니라 전후 사정과 떠 맡고 있는 과제도 유사하다. 우선 이 두명의 CEO는 다국적 IT 기업의 CEO로서는 드물게 한국형 경영을 통해 장수를 한 전임 CEO로부터 자리를 물려 받았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윤재철 사장은 7년동안 한국형 경영을 통해 오늘의 한국후지쯔를 만들어 놓은 안경수 전 사장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김경진 사장 역시 창립부터 8년동안 한국EMC를 이끌어 온 정형문 사장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윤 사장과 김 사장은 이전 CEO때의 장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한국후지쯔와 한국EMC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사장은 현재 매출 3800억원대의 한국후지쯔를 ‘매출 1조, 경상이익률 5%’를 달성하는 알짜 기업으로 키워 놓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윤 사장은 ‘혁신과 협력(Collaboration) 문화가 있는 기업, 고객이 찾고 싶어하는 기업, 최고의 인재가 근무하고 싶어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김경진 사장 역시 한국EMC의 제 2의 도약을 선언했다. 스토리지라는 하드웨어 공급 업체에 머물지 않고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를 아우르는 토털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한 기업문화와 직원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직원들이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유니시스의 수장으로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난 강세호 사장은 조직 문화의 안정과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사장의 대행 체제로 유지돼온 공백을 메꿔 독자적인 색깔을 드러 내야 하는 동시에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 사업의 확대 전략을 한국유니시스의 문화에 효율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초 취임한 홍순만 사이베이스코리아 지사장과 오재철 볼랜드코리아 지사장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놓고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숙제를 풀고 있다.
과거 DBMS 업체로만 알려져 있던 사이베이스는 지난해 세계 DB시장에서 3.6%의 시장점유율로 4위를 차지할 정도로(IDC 발표) 관련시장에서의 입지를 많이 상실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올초 홍순만 지사장은 주력 사업부문을 DB, 비즈니인텔리전스(BI),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EAI·포털 등 e비즈니스 인프라 솔루션, 모바일. 금융 솔루션 등 5개로 상정하는등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세계 모바일 DBMS 시장 점유율 73%로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모바일 DBMS 분야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만큼 국내에서도 모바일 DBMS 분야에 집중해 2004년에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모바일 분야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올 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볼랜드는 과거 ‘델파이’라는 궁극의 개발툴 하나로 전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름 잡았던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랫폼을 아우르는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따라 오재철 신임 지사장도 기업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단일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적합한 플랫폼과 솔루션을 선택,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오 사장은 볼랜드가 국내에서 채널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각 제품별로 특화된 파트너사를 운영해 파트너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배제하면서 고객에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경영권분쟁을 치르고 회사를 인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과 천신일 세중 나모인터랙티브 회장은 ‘경영 안정화’와 ‘기업 이미지 쇄신’이라는 두 가지 큰 과제를 안고 CEO 역할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여느 신임 대표이사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 모두 대표이사직을 맡는 동시에 사명을 변경(세중 나모인터랙티브)하거나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등 모종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 변화와 동시에 지금까지 그 기업을 존재하게 하고 기업 가치를 유지해 온 본래 주력 사업에도 치중, 선두주자로서의 옛 명성을 십분 활용하는 온고지신의 자세 역시 닮은 꼴이라면 닮은 꼴이다.
<이창희 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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