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공동화, 일본을 벤치마킹하자

중국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

 제조업 공동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임금상승, 기업환경 악화 등으로 국내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들의 해외투자·이전이 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던 외국인의 제조업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려했던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서 제조업 공동화와 ‘중국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일본의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80년대 엔화 강세에 의한 1차공동화와 90년대 이후 경제침체 장기화에 따른 2차공동화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의 WTO 가입(2001년) 등을 계기로 다시 3차공동화 현상을 겪는 등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이런 점 때문인지 일본은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대응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이 분석한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 대응방안들을 모아 보았다.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공장 만들기=마쓰시타, 후지사진필름, 스즈키와 같은 대형 제조기업들이 채택한 것이 이른바 중국보다 경쟁력있는 공장만들기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셀방식 등 유연생산체제를 구축하여 수요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셀방식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하고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후지사진필름의 경우 디지털카메라 생산라인에 이 방식을 도입하여 생산시간 47%, 작업공간 43%을 단축시켰고 설비비용은 10분의 1로 줄였다. 마쓰시타도 생산시간은 70%를 단축했고 불량률은 0.03%에서 0.001%로 낮췄다.

 ◇일본 아니면 안 되는 기술로 승부=신소재, 신공정, 신제품을 내세우는 3신 개발전략이 요체다. 이는 그 분야에서 유일한 기술이나 소재를 확보하여 가격경쟁을 피하고 내수기반을 활용한 신제품을 내놓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철저한 품질관리 능력은 기본이다. 세라믹소재 업체인 무라타는 “무라타가 기침을 하면 휴대폰업계가 감기가 걸린다”고 할 정도로 시장지배력을 높였다. 미쓰비시와 산요 등은 이 전략을 통해 애완용 로봇, 가정용 서비스로봇(와카마루)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시간차(time lag) 단축을 통한 비용절감=속도경쟁에 능한 전형적인 일본형 전략이다. 특히 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제품 분야에서 통용 효과가 크다. 시장니즈 대응형 생산체제로 재고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제품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IT를 활용하여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것도 필요하다. 닛산자동차는 소형차 ‘마치’의 개발 당시 설계시간을 29개월에서 19개월로 단축했고 엔지니어수는 30%까지 감축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캐논은 CAD 결과물을 석고형태로 만들지 않고 곧바로 금형으로 제작하는 기술로 일본의 CAD 기반 금형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기존 핵심역량을 활용하여 신시장을 개척=기술고도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기술의 극한적인 차별화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니혼전산이 카메라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일본내에서는 바닥에 떨어뜨려도 고장이 나지 않는 카메라폰용 소형셔터를 개발해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술유출 억제, 클러스터 형성 등에 관심=생산기밀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블랙박스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제조공정을 드러낼 우려가 있는 기술은 일체 특허출원을 하지 않는다는 샤프의 전략이 대표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긴밀히 연계된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다. 도요타의 경우 신제품개발시 산하 부품 계열사들을 결집시켜 개발기간 단축, 비용절감, 핵심기술 강화 등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규모의 이점을 향유하고 환경비용, AS 등을 감안한 종합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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