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발행 무산 `하나로통신` 앞날 어떻게 될까

 하나로통신이 전환사채(CB) 발행에 실패함에 따라 이 회사의 앞길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CB대신 기업어음(CP)를 발행해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주주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마저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후발사업자간 구조조정은 물론 이후 통신시장 전반의 재편논의도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B 무산 배경=하나로통신 CB 발행 실패는 1대 주주인 LG가 마감일인 지난 22일까지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 1차적인 이유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하나로통신 CB 발행가와 전환가가 주당 5000원이라는 점이 주요 주주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 주가가 3300원 내외라는 점에서 주당 5000원은 무리가 아니냐는 설명이다. 삼성과 SK측은 애초부터 LG의 참여 여부 및 방법에 따라 인수 금액을 통보하기로 했으나 LG측이 불참함에 따라 청약에 응하지 않았다.

 ◇LG의 의도(?)=CB 무산의 주요 이유가 발행가와 전환가가 높다는 것이긴 하지만 이면에는 주주들간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LG측 관계자는 “하나로통신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하나로통신이 근본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유상증자안에 대한 집착과 이를 거부한 SK·삼성측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측이 하나로통신의 단기 유동성 문제와 중장기 자금 문제를 연계시켜 삼성·SK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LG측의 의도와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LG측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단순히 하나로통신에 자금만 지원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하나로통신, 어떻게 될까=CP 발행의 성공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LG측은 주요 주주 3사간 균등한 참여를 요구하는 반면 SK와 삼성측은 지분율에 따른 인수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LG측이 단기자금 문자와 유상증자를 연결시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참여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미 참여의사를 밝힌 SK와 삼성측이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2000억원 전액을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주변의 중론이다.

 하나로통신측은 “26일까지 1억달러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도래하지만 당분간 연체이자만 지급하면 돼 부도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당장 단기 유동성 문제가 꼬이면서 중장기 자금 마련은 물론 두루넷 인수 등의 문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삼성·SK 등 주요 주주들이 대승적인 결단을 보이지 않는다면 하나로통신의 운명뿐 아니라 통신시장 구조조정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주요 주주사들이 일방통행식 자사의 입장만 관철시키려 하지 말고 하나로통신의 주주로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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