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는 로마식 가전을"

가전업체, 지역별 특화모델 앞세워 바람몰이

 지난 6월 말 LG전자의 드럼세탁기의 12㎏ 트롬 발표식. 수십대의 트롬제품이 전열돼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쌍둥이 트롬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 DA사업본부 세탁기 연구실장 조성진 상무는 “미국지역의 경우 가옥이 넓다보니 세탁기와 건조기가 따로 분리돼 한쌍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예”라며 “지역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비중이 70%를 넘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지역특화 제품을 내세워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내수제품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같은 지역특화 제품은 해당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북미지역=가옥이 넓다보니 이곳에 출시되는 제품들의 사이즈도 대부분 국내 제품보다 크다.

 삼성전자는 쿨 실렉트 존을 채택, 보관실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미국 스탠더드 주방 사이즈인 36인치 크기에 맞춘 양문형 냉장고를 개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미국향 전자레인지는 후드겸용 전자레인지(OTR:Over The Range)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LG전자는 이곳에 한대의 실외기를 사용, 덕트를 통해 여러방을 냉방할 수 있는 유니터리 제품을 판매중이다. 보통 소형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이 제품은 미국 가옥에 많은 방이 있다는 점에 착안, 주력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또 빵 소비가 많은 해당지역의 특성을 감안, 토스트가 가능한 전자레인지를 출시, 지난해 미국 전자레인지 시장의 42%의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중동지역=삼성전자는 모래 바람이 심한 이란지역에서는 청소 백(bag)을 자주 갈아주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대형 가정용 청소기에 사이클론 필터를 적용한 지역특화 모델 도입으로 M/S 1위를 고수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이 지역에 최고 54도의 고온에서도 작동 가능한 ‘트로피칼’ 에어컨과 모래먼지가 많은 지역특성을 감안, 가정용 에어컨뿐만 아니라 시스템에어컨에서도 공기정화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출시, 크게 히트시켰다. 또 금을 내부장식에 많이 사용하는 왕족 등을 겨냥, 지난해 자사의 PDP TV의 로고를 순금으로 장착하고 외부 테두리선을 금도금한 프리미엄 PDP TV를 판매, 톡톡히 재미를 봤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자물쇠 냉장고’를 판매해 인기를 끌었었다. 자물쇠 냉장고는 물이 귀하고 물을 귀하게 여기는 아랍민족의 특성을 반영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또한 사막이 주를 이루는 사우디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린색(사우디 국기:그린색) 냉장고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럽지역=삼성전자는 유럽지역에서 애완동물을 많이 키우는 문화특성을 반영하여 ‘동물 털 제거용(Pet Brush)’을 도입, 유럽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했다. 또 CIS지역의 가옥구조에 적합하고 세탁용량을 16% 개선시킨 슬림타입의 드럼세탁기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유럽지역에서 34L 대형 고급 전자레인지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이 지역 마켓셰어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형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전자레인지를 잘 활용하는 이 지역 특성을 감안, 설계단계부터 대형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컨셉트 단계부터 해당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는 것은 이제는 기본이 됐다”며 “외관 디자인은 아예 현지에 맡기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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