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융합기술` 전쟁](3)美스탠퍼드 & UC버클리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베이지역(Bay Area)에 위치하고 있는 서부의 두 명문 스탠퍼드대학과 UC버클리. 풍요롭고 자유로운 학풍의 스탠퍼드대학과 시민운동과 저항의식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UC버클리.

 서로 너무 다른 역사와 사회적 환경을 가진 대학이지만 새로운 커리큘럼의 도입과 다학제간 자유로운 연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들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생물학과 기계공학, 전자공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연구와 발견을 위해 협조하는 스탠퍼드와 UC버클리는 실리콘밸리의 힘의 근원, 더 나아가서 미국 원천기술의 발달을 이끄는 원동력임에 틀림없었다.

 조지아 공대 웨인 코프 총장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연구 및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들은 새로운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비판적 입장에서 수행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경쟁력을 잃더라도 장기적인 혁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들은 기존 학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기적인 혁신 역량의 강화 및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꾀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당장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학제간 벽이 없는 연구와 교육을 통해 융합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대학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전공의 벽을 허문다=화가며 의사, 엔지니어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융합기술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고 있다. 다학제간 교육을 통해 한 명의 인물이 광범위한 범위의 지식을 소유하면서 융합기술을 응용한 좋은 예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빈치와 같은 인재를 만드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UC버클리 바이오엔지니어링학과 루크 리 교수는 “융합기술이 최근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이 기술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부터 추구되어 온 것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명의 다빈치를 만드는 것보다 기본적인 학문의 융합을 통해 다각화된 시각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차원에서 UC버클리는 학부과정에서 부터 기계와 화학, 물리, 생물, 수학, 전자, 사회과학 등 서로 다른 전공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광범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전문분야에 대한 깊이가 떨어지는 부담을 감수하고라고 융합이 가져다 주는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교육하기 위해서다. UC버클리는 이런 교육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한 학풍을 가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다른 전공분야와 겸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즉, UC버클리의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학풍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UC버클리의 분위기는 융합기술의 산실인 ‘버클리센서&액추에이터센터(BSAC)’를 통해 그 성공 사례를 볼 수 있다. 86년 설립된 BSAC는 처음에는 반도체 관련 센터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마이크로머시닝(micromachining) 공정을 기반으로 전기, 전자, 바이오, 기계, 화학 분야의 응용 시스템을 연구하는 융합기술의 핵심 분야를 포괄한다. BSAC는 전자, 기계, 생물분야의 25명의 교수와 30명의 산업체 인력 외에 120명의 연구진이 포진, 폴리실리콘 마이크로머시닝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등 융합기술분야의 획을 그었으며 최근에는 나노-바이오 분야로 그 관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간 협력체제 구축=미국은 대학 내 다학제 연구의 중요성과 함께 대학간 협력을 통해 다양성을 가진 인재 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탠퍼드는 최근 워싱턴대학, 콜로라도 스쿨 오브 마인스(Colorado School of Mines), 하워드대학, 미네소타대학과 공동으로 공학교육 발전 연구센터(CAEE:Center for the Advancement of Engineering Education)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미국과학재단(NSF)으로부터 지원받으며 공학교육과 실습 방향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이 센터는 학부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지닌 인재와 대학의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융합기술로 변화하는 연구 조류에 교수진의 발빠른 대처를 위해 미국 정부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센터를 직접 설립할 정도로 융합기술의 체계적 육성에 노력하고 있는 선진국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첨단 나노기술 분야 등에서의 대학간의 공동 연구는 이를 통한 기반 인프라의 공동 활용 등에서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과 코넬대학이 주도하고 있는 NNUN(National Nanofabrication Users Network) 프로그램에는 이들 대학 외에도 하워드대학,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UC샌타바버라 등이 참여하고 있다. 나노 소자 제작에 필요한 공정 장비를 연방 정부의 투자로 공동 설치하고 광범위한 전공의 대학,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융합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에 앞서고 있는 스탠퍼드대학은 NNUN을 통해서 융합기술 연구 및 교육의 바람직한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스탠퍼드 기계공학과의 요안 산티아고 교수는 “각각의 기술의 융합한다고 해서 기존의 기술의 깊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융합을 통해 기술의 새로운 부분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UC버클리 센서 & 액추에이터 센터(BSAC) 연구분야

 BSAC는 반도체 제작기술과 마이크로머시닝, 광학기술, 신호 처리기술을 융합해 생물학 및 바이오 분야에 핵심이 되는 소자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센터는 마이크로머시닝 기술을 이용한 극소형 공초점 주사현미경(confocal microscopy)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하나의 별개 실험용 테이블을 설치해야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수억원에 달하는 기존의 공초점 주사현미경의 단점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극소형 공초점 주사현미경은 기존 현미경 가격의 1000배 이하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BSAC는 또 3개 방향으로 움직이는 마이크로머신 구동기인 극소형 현미경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직경 10마이크로의 초소형 광학렌즈 등을 적층해 각 변의 크기가 1㎜가 안된다. 극소형 현미경 소자는 휴대형 진단기와 의료기기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탠퍼드 기계공학과 마이크로플루이딕스 랩 연구분야

 산티아고 교수팀은 나노 융합소자의 대표적인 예로 평가 되는 랩온어칩(Lab-on-a-Chip)에서 마이크로 채널 내의 유동분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랩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인 아클라라바이오사이언스에서 플라스틱 마이크로칩을 공급받아 마이크로 채널을 제작하고 있다. 산티아고 랩에서는 또 나노 입자를 이용해 마이크로 채널 내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분리현상, 유전자의 움직임 등에 대한 새로운 분석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연구는 유체역학, 광학, 분석화학 등의 기술이 융합되어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새로운 진단기술 개발 등의 바이오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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