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휴대폰 요금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에도 그랬듯이 시민단체들은 통신사업자들이 비싼 통신요금으로 과도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점을 들어 통신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동통신 요금인하에 대한 주도권을 잡으려는 분위기여서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YMCA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발신자번호표시(CID) 무료화 소비자행동’은 이동통신 요금인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휴대폰 CID 기능에 대해 요금을 매기는 것은 이동통신 3사와 정부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현행 CDMA방식 휴대폰은 CID를 기본기능으로 내장하고 있으나 법 개정 이전에는 사생활 침해방지 차원에서 발신자 전화번호를 제공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통신사업자들은 이에 대해 CID 서비스 제공에 따른 사생활 보호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 때문에 유료서비스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어쨌든 이동통신 요금인하 분위기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요금인하를 염두에 두고 인하폭을 고민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도 요금인하에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올해 초 단행한 7%대의 요금인하가 아직도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선후발 사업자간 인하 여력이 크게 엇갈려 통신시장의 유효경쟁 문제와 얽히고 설켜 있다. 인하폭 자체도 어려운 문제지만 똑같은 비율로 내리면 후발사업자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돼 격차가 벌어질 것이고, 그렇다고 선후발 사업자간 차등인하하면 후발사업자가 요금경쟁에서조차 밀려날 판이다.
통신요금은 기본적으로 공공재 성격이 강해 정책적 관리대상이 돼 왔다. 정부의 물가정책과 산업정책간 우선순위에 따라 통신요금을 내리기도 하고 신규 투자유인책으로 활용됐다. 그동안 우리의 주장도 통신요금 인하보다는 이를 투자확대로 연계시켜 새로운 통신서비스 창출은 물론 IT강국으로 조속히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것도 명분이 크게 퇴색됐다. IT경기침체의 장기화와 함께 통신사업자들의 신규투자가 거의 멈춰 서 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새로운 서비스의 잇따른 등장과 가입자 확대가 동시에 이뤄졌지만 이제는 제자리에서 맴돌아 투자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복합화, 융합화하는 새로운 환경이 다가오고 있어 정부나 통신사업자 모두가 고민스런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요금은 현실적인 문제다. 이제는 요금을 내려도 가입자가 종전처럼 크게 증가하지도 않아 수익구조를 회복시키기 어렵다. 부가서비스를 잇따라 개발 채택하고 있지만 초기단계에선 수익보다는 투자(지출)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은 인터넷 등과 맞물려서 다양한 서비스와 요금 형태의 상품이 등장할 조짐이다. 이제까지는 정부가 획일적으로 통신요금을 조정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관리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이 시점이 통신요금 인하에만 매달릴 때인가도 면밀히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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