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오염물질과 전쟁`

 ‘국내 최대 크기의 금연구역은 75만평?’

 삼성전자는 올 초를 기해 기흥·화성 반도체공장 전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했다. 무려 75만평에 달한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그동안 골초들을 위해 정문밖에 마련해두었던 임시흡연구역 마저 이달부터 폐쇄했다. 담배는 흡연자의 건강은 물론 반도체 수율(yeild)에도 백해무익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이윤우 반도체총괄사장은 담배 한대를 핀 후 30분이 지나도 흡연자의 폐에서는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온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흡연자가 반도체 생산라인에 다시 들어가려면 흡연 후 30분 경과는 물론 입을 맑은 물로 수차례 세정해야하는 고초를 치러야 한다.

 수년전 외국의 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는 피눈물나는 불량률과의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업계 최고의 클린룸 시설, 자동화시설을 갖췄지만 완제품의 불량률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원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허사였다. 수개월이 흐른 뒤 밝혀진 원인은 다름아닌 공장 주변도로의 자동차 통행으로 인한 진동. 공장 담을 끼고 나 있는 도로로 자동자가 다니며 만들어내는 미세한 진동이 불량률 증가의 결정적 원인이 됐던 것.

 결국 이 회사는 도로와 담 사이에 수로를 건설, 진동 완충제로 물을 채워넣으면서 불량률을 현격히 낮출 수 있었다.

 21세기 들어 초미세 제품을 만들어내는 첨단공장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생산의 기술진보 못지않게 오염물질 제거기술을 발전시켜야만 나노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생산기술팀 이건형 책임은 지난 94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한 이후 줄곧 ‘오염제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최근 12라인(300㎜ 전용공장)에 신개념 공정관리를 도입, 회사로부터 300㎜ 양산기술을 안정화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임은 현대 반도체 업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파티클(입자오염) 관리가 기술이다.’

 ESH(Environment·Safety·Health) 즉 공정관리가 첨단 반도체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90㎚ 공정 300㎜ 웨이퍼 등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해 첨단공정, 최신 장비·재료보다 파티클 등 무형공해를 제어하는 기술이 수율향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부아남반도체 등 각 소자업체들은 장비재료가 발전하면서 ‘공정관리’의 차이가 곧 기술의 차이로 크게 부각되자 무형공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차세대 공장(Fab)으로 전환을 시도중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5월 동종업계 최초로 ESH를 전담 연구하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전사차원의 공정기술 관리에 나섰다.

 하이닉스는 ESH기술연구소를 통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PFC가스 사용량 줄이기, 무연(Pb-free) 및 유해화학물질 제어, 폐수 무방류 시스템, 클린룸 제어 시스템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클린룸은 공기 중 파티클 개수관리뿐만 아니라 공기 중 화학물질 농도도 원하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OAC(Out Air Control) 시스템으로 공정 업그레이드 중이다. 차세대 팹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공정관리를 위해 12라인에 ‘워터샤워링시스템(Water Showering System)’을 새로 적용했다. 가정용 정수기보다 1만∼10만배로 정수된 초고순도 물과 10억분의 1 수준의 유해물질을 제어하는 것도 이 기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팹 외부의 먼지 등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해 2중의 특수필터(Hepa·Ulpa필터)를 설치해 불순물이 라인으로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최근 사내 임직원에 실시하던 ‘청정교육’을 협력회사 직원들까지 확대 실시했다. 삼성의 라인 출입을 위해선 자체 제작한 2시간의 청정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동부아남반도체도 지난해 6월부터는 전 공장 금연구역을 선포해 인사평가에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지진을 피해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상우공장 건설 이전부터 무지진 지대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한 후 ‘비메모리반도체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세웠다. 리히터 6.0 규모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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