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휴대폰, 인터넷, 디스플레이, 2차전지 분야의 강세로 IT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일본에 비해 놀랄 정도로 빠르게 해당 분야 1,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한국 소자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뒷받침됐다. 의사결정이 복잡하고 관행이 많은 일본은 한국의 이같은 성장을 놀랍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차세대 산업용 핵심소재를 약 70%까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다.
외형적으로는 고도성장을 하고 있으나 실제 핵심소재는 거의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IT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주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더욱 큰 문제는 소재 수입처의 횡포, 가격 등을 무기로 한 공급자의 압력 등에 언제나 끌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수요증가세를 보이는 벽걸이TV(PDP TV)의 주요 소재의 경우 영상 및 화면을 나타내는 격벽, 유전체 파우더, 휴대폰이나 노트북의 전자파 차폐제, 항균필터인 은(Ag), 나노 파우더 등 무수한 소재들의 국산화가 매우 미진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IT산업은 물론 향후 나노물질 개발 등은 그 시작인 핵심소재 국산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요구된다. 또 IT업계는 국내 소재개발업체와 기술적인 상호협조와 연계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여 거리감을 좁히는 등 국내 기초소재업체 개발을 위하여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주요 핵심소재의 국산화 개발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과감하고도 장기적인 투자다. 소재산업은 특성상 장기적이면서도 투자위험이 커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기반, 장치산업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대규모 R&D펀드를 조성, 신소재와 수입대체 소재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둘째, 부품소재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공급망 구축이다.
이는 시스템, 부품, 소재기업간 공동협력을 기반으로 소재는 부품으로, 부품은 시스템에 적용되기 때문에 어느 일방적인 개발은 한계에 봉착하기 쉽다. 그러므로 시스템업체와 소재기업간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 부단한 개발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셋째, 기술격차가 큰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우수 부품소재기업의 기술을 도입, 국내 소재업체의 기술을 활성화함으로써 독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한 투자업체에 대한 지원 중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금융 및 세제지원이다. 최근 국내 한 기관의 조사발표는 우리나라의 R&D 환경이 중국보다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전자제품 세트에 대해서는 국내경기 활성화 차원의 여러 가지 지원이 뒤따르지만 정작 소재산업에 대한 투자, 개발자에 대한 자금·세제 등에 이르는 혜택은 인색하다.
현재 소재를 개발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 설비 등의 수입시 품목에 따라 3∼10%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등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우리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PDP 파우더에 있어서도 자체 기술개발에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많은 투자와 인내 속에서 중소기업으로서 엄청난 위험부담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국산화로 인하여 가격인하, 단납기 대응, 신규제품의 조기 개발 등 다소나마 세트와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느 한 분야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R&D기술개발, 사업환경, 업계 상호신뢰성 및 인력양성 지원, 국제교류를 통한 외국기업 기술 습득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하고, 역할분담을 통한 중장기 계획 수립과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이 한목소리를 낼 때 소재산업을 통한 IT산업의 발전은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하준 휘닉스PDE 사장 ninhao@p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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