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분야의 남북 협력을 선언하고 이제 몇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협력에 대한 중요성은 남과 북이 모두 느끼고 있으나 시장에서 그 의미를 구체화하지는 못하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초기 협력 경험과 사실(facts)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단기간 내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성공사례를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2002년 7·1 조치 이후 조사된 북한의 노동자 생활비 기준표에 의하면 북한의 정보기술 관련 고급기능을 보유한 컴퓨터 운영 노동자의 임금은 1760∼1900원으로 광부, 제철, 보일러공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실리 사회주의’ 형태의 경제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북한 경제시스템이 부여한 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객관적 점수라는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보기술 및 산업의 중요성을 북쪽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북한 경제를 단기적으로 살려내기 위한 수단이나 산업 차원에서는 우선 순위가 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03년 6월 28일 발표된 개성공업지구 내에서의 기업 창설과 운영을 규정한 ‘개성공업지구 기업창설운영규정’ 제3조에 의하면 ‘특히 첨단과학기술 부분의 기업창설을 특별히 장려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조성의 원천적인 목적은 남쪽의 중소 및 중견 기업의 유치와 이를 통한 경제적 협력과 합영회사 설립에 있다. 첨단분야, 특히 정보기술 분야와의 협력사업의 가능성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남쪽의 중소 정보통신 기업은 먼저 선 투자가 극소화되며 이를 통한 수익모델이 단기간에 가시화될 수 있는 분야의 협력을 선호하고 있다.
남쪽은 2003년 상반기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등 무체물 수출이 2000만달러에 이르고 이 가운데 디지털콘텐츠가 총 1423만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쪽의 경우 해외 언론에 소개된 한 기사에 의하면 북한은 e메일을 통한 애니메이션 하청생산 경쟁력에 있어서 품질과 가격면에서 칠레·중국·한국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평양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의 경우 1500여명의 아티스트를 고용하고 있어서 ‘애니메이션의 축(axis of animation)’이라 비유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콘텐츠 협력을 통한 글로벌 수익모델 창출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열린 전문가포럼에서 정보기술 분야 남북 협력사업의 수익창출 사례를 시급히 만들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정보기술 산업의 협력에는 거시적 변수인 북핵의 해결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남과 북의 상호신뢰 및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씨앗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단기적 성공모델, 즉 수익모델 도출을 위해서는 먼저 정보기술 협력사업을 통해 대외적인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 북쪽이 정보기술 강성대국을 강조하는 이유는 북쪽 내부의 경제 기반이나 경제활동의 촉진보다는 이를 통한 외화획득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의 경우도 국내의 내수시장 침체와 과당경쟁, 과다한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글로벌 시장 개척이 중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호 협력 분야는 남쪽의 디지털콘텐츠 기획 및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북쪽의 품질 및 원가 경쟁력이 입증된 멀티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집중적인 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작업 및 협력의 물리적 장소는 개성공단의 첨단과학기술 창업 활성화 정책의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 내 정보기술 창업 기업에 대한 무관세, 북쪽 인력에 대한 상대적 보상범위의 상향화, 남쪽과 북쪽 인력의 공동작업을 통한 상호역량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전략적 방향제시 단계를 지나 구체적 전술을 통한 성공사레를 만들 시점이며 객관적 ‘사실’이 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준모 건국대학 경영정보학과 교수 joona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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