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번 533㎒급 모바일 CPU 개발은 CPU 시장의 거장 인텔을 속도경쟁에서 추월했다는 데서 우선적인 의미가 있다. 모바일 CPU는 PDA 및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이 통합되는 차세대 휴대정보기기(일명 포스트 PC)시장의 핵심부품인데다 향후 4년간 7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인텔·TI·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들이 사활을 건 선점경쟁중이다.
그러나 이번 제품의 더 큰 의미는 그동안 D램과 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LSI)사업에서도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비메모리 세계화 전략 가시화=삼성전자의 이번 성과는 그동안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기술력으로 세계 1위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아래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에 집중했던 노력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가 D램의 혁혁한 공로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반도체시장의 2위로 뛰어올랐지만 비메모리 매출은 17억달러로 세계 순위 20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임형규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비메모리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통합되는 시스템온칩(SoC) 시장에 대응하고 반도체 분야의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비메모리의 경쟁력 향상은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300여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SoC연구소(연구소장 노형래 부사장)를 본격 가동, △홈플랫폼(디지털TV·디지털 컨버전스) △모바일플랫폼(무선랜·블루투스·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프로세서 아키텍처 Lab △멀티미디어 Lab △보안 및 인식 Lab 등으로 나눠 기반기술과 응용기술 개발에 매달려왔다. 이번 모바일CPU는 SoC연구소의 가장 빠른 성과물이다.
SoC연구소 모바일 CPU 개발팀장 이윤태 상무는 “주요 고객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 인텔의 모바일 CPU를 보완하는 보조칩을 개발대행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해왔다”면서 “HP 등 대형 고객으로부터 신뢰도를 확보하고 기술력도 인정받은 만큼 세계 선두자리도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1위 가능할까=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삼성전자가 포스트PC시장에서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 나아가 시장 선두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PDA시장의 대표주자인 HP와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킨데다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캣PC’ 등 차기 컨셉트 제품 개발에 협력하고 있어 가능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델컴퓨터, 도시바, NEC, JVC-후지쯔 등 대형 컴퓨터업체들과도 협력관계를 상당히 구축해 놓은 상태다.
특히 삼성의 이번 제품이 경쟁사의 제품보다 전력소모가 적고(작동전압 1.3V), 독특한 시스템버스(BUS) 기술로 메모리와 CPU간의 데이터처리 병목현상을 없애 기술력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게 주위의 전망이다.
관건은 인텔과 모토로라, TI 등이 갖춘 통신모뎀 기술을 뛰어넘는 것. PDA·스마트폰뿐만 아니라 3세대, 4세대 휴대폰과 결합되는 컨버전스 시장에서는 통신 프로토콜과 이를 지원하는 스택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윤태 상무는 “현재의 추세라면 늦어도 오는 2007년까지는 포스트PC용 CPU 시장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WCDMA 모뎀칩 등 자체 개발중인 통신칩과 통합해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휴대폰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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