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마스크` 벗은 중국 변화를 호흡하다

　사스(SARS)가 훑고 지나간 중국시장에 새로운 소비패턴이 형성되고 있다. 이와함께 오는 2005년 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중국내수 분야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추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인화 및 고품격·저가형에 기반한 첨단 선진국형 시장의 부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변화된 시장여건에 맞는 ‘포스트 사스’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새로운 소비패턴의 형성=KOTRA의 ‘포스트 사스 중화권 시장여건 변화와 수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은 비접촉·위생·안전형의 3가지 유형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패턴은 비접촉 선호형으로 사스로 인해 대면접촉 기피현상이 확산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소비채널로는 전자상거래를 △교통수단으로는 개인용 자동차를 △사무환경은 재택근무를 선호해 이와 유관한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무선통신기기의 경우는 사스로 공중전화 사용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가발전화개혁위원회가 35개 중대형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스 이후 소비지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4%와 17.3%가 각각 전화주문 및 인터넷 홈쇼핑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교육, 인터넷뱅킹, 행정정보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 이후 등장한 또 하나의 패턴은 위생관련 분야다. 특히 올 여름 가전제품 수요는 항균기능이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위생용이나 소독용 가전제품 등이 새로운 선호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다. 안전선호형 소비패턴도 등장해 건강 및 생명 등의 안전의식이 제고되면서 의료, 스포츠, 보험 상품 등이 새로운 선호품목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KOTRA 통상전략팀 관계자는 “사스는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전염병이라는 의미를 넘어 지난 3개월간 중국인의 과거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변화시켜 새로운 소비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수출업계는 중국뿐 아니라 사스로 홍역을 치른 중화권을 겨냥한 ‘포스트 사스 마케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통시장 개방=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펴낸 ‘중국 유통시장 현황과 진출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 유통 시장규모는 지난해 4조위안(약 570조원)에서 시장이 개방되는 오는 2005년에는 5조위안(약 7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시장개방을 계기로 유통분야가 현대적 유통업태로 급변하고 할인점과 같은 기업형 유통업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전망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품격, 저가격’ 구매를 추구하는 중산층의 확산추세에 따른 것이다.

TV홈쇼핑 및 온라인쇼핑몰의 경우는 아직 택배 및 결제시스템 인프라 부족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케이블TV 가입가구수가 이미 9000만가구에 달하는데다 IT산업의 급성장으로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중국의 유통시장은 당분간 △높은 물류 및 유통비용 △법규 및 정책적 규제 △사회주의적 불확실성 등 장애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중장기적인 전략수립을 갖고 현지시장 진출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백화점·할인점 등 점포판매의 경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과 입지를 선택하고, 중국 소비자 특성에 맞는 시설과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홈쇼핑 및 온라인쇼핑몰은 현지 파트너를 통한 진출이 적극 권장되고 있다. 아울러 홈쇼핑 등 무점포 판매의 성장으로 물류 및 택배시장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어서 현지업체와의 제휴는 향후 중국 유통시장 선점에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