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포화와 수익성 악화로 불거진 통신시장의 구조조정 바람은 지난 120년간 절대적 사업자 지위를 유지해왔던 KT마저 위협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01년 매출 신장률이 11.6%에 육박한 데 비해 지난해는 1.7%로 완전히 주저앉았다는 점. 올해는 지난해 수준인 11조7000억여원의 매출을 기대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KT의 위기감=KT를 둘러싼 위협요인은 곧 유선통신시장 전체의 위기감이나 다름없다. 시내·시외·국제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KT의 시장지배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신시장 전반적으로 유선전화 수요가 급감하고 최근 수년간 짭짤했던 초고속인터넷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점.
여기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KT를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의 틀과 역무제한 속에서는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신규 사업을 통한 성장기반은 고사하고 스스로의 영토만 제대로 수성해도 선방한 셈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최근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시장은 KT와 SK텔레콤 절대강자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유효경쟁 저해의 주범으로 KT를 겨냥한 바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란 성장이 기본인데 정책적 측면이나 시장분위기 어느 곳을 보더라도 기대할 대목은 단 하나도 없다”면서 “지금으로선 영업을 열심히 한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민영화 이후부터 더욱 뚜렷해진 KT의 내실경영 움직임은 올 들어 전 사원을 영업전선에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돌파구는 있나=“전세계 유선사업자들은 매출감소에 시달리고 있지만 KT만큼은 최소한 현상유지 이상을 해야 한다”는 게 KT 스스로의 딜레마다. KT 자체로 국내 통신시장의 대표주자인데다 지난해 민영화 이후부터는 성장에 대한 압박감이 더욱 심해졌다.
다소 막연하지만 ‘네트워크 임대사업’이라는 전통적인 수익모델을 ‘가치를 담은 네트워크’로 진화시키려는 것도 이런 맥락. KT가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분야는 유무선 통합사업인 2.3㎓ 휴대인터넷과 무선LAN 네스팟, 가정용 부가가치서비스인 초고속콘텐츠 및 디지털홈·원폰, 스마트카드를 위시한 이른바 e금융사업 등이다.
잠재력은 있지만 하나같이 수년내 목돈을 벌 만한 사업은 아닌데다, 역시 통신융합형 서비스들이어서 통신시장의 까다로운 규제가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지난해 이후 영업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네스팟만 해도 당초 올해 가입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는 것이 이같은 고충을 보여준다.
여기다 당장 통신시장의 점유율을 뒤흔들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이나 비대칭규제 정책결정 과정에는 KT가 아예 명함도 못 내미는 사정이다. 한마디로 사운을 좌우하는 현안에는 완전히 소외된 채 신규 사업들이 제대로 정착되기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현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하나로통신의 진로를 둘러싼 후발통신사업자 진영의 행보와 이달말로 예정된 정통부의 통신정책 방향은 적어도 KT의 단기 운명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신규 사업들이 뿌리내려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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