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전자상권 `휘청`

 지난 1일 시작된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공사가 진행될수록 세운상가와 아세아전자상가를 주축으로 한 청계천 일대 전자상권도 유동인구 감소와 매출급감, 점포 휴폐업 등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흔들리는 전자상권=복원공사 개시 이후 이곳을 떠나는 상인이 더욱 늘고 있다. 문을 열지 않는 점포와 임대문의를 알리는 점포가 종로쪽 현대상가에서 대림 전자상가까지 10집에 한 집 꼴이다. 특히 1, 2층 가전 및 기타 전기제품 소매점포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운상가와 현대상가는 층별로 평균 5∼10개 점포가 휴업 상태다. 청계로를 사이에 두고 세운상가와 육교로 연결된 청계상가는 폐점포 23개, 휴점포수는 20개에 이른다. 청계상가는 노래방, 오락기 전문상가, 새로 입점하려는 상인은 전무하다는 것이 관리사무소측의 설명이다. 전체 상가의 소매점포별 매출은 30∼50%까지 떨어졌다. 최고 1억원까지 갔던 권리금은 90% 이상의 점포에서 사라졌다. 대신 관리비만 내고 쓰는 매장은 크게 늘었다.

◇재개발계획 우려감=복원사업과 함께 진행되는 재개발계획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세운상가 재개발계획이 정부 기관에 의해 공식발표된 바는 없지만 그동안 밀어붙이기식 서울시 청계천복원사업 계획에 불신을 갖게 된 상인들은 재개발계획에 많은 의구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서울시는 세운상가 주변 4개 블록의 친환경적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세운상가를 잔류 상인을 중심에 둔 IT산업단지로 이전, 재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상인들은 복원사업에서 실현하지 못한 상인의 권익을 재개발 사업에서는 반드시 찾는다는 생각이다. 아세아전자상가 상인연합회 박창기 고문은 “세운상권이 무너지거나 사라지면 중소 제조유통업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유명 대기업이 쓰러지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며 “전체 시민을 위한 공익사업이라지만 생업을 영위하는 상인을 중심에 두고 상권을 유지 발전하는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뭉치는 상인들=휴폐업 상인의 이탈과 함께 상가 내부에서는 잔류 상인의 재결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책위는 최근 6개월간의 상가별 매출 평균을 산출해 공사 이후 전체 상인의 피해규모를 파악하기로 했다. 이주와 잔류를 놓고 엇갈렸던 상인들에게 잔류를 통한 상권보호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웅재 세운상가시장협의회 회장(라이프상사 대표)은 “잔류든 이전이든 상인들이 뭉쳐 함께 해야 상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며 “복원공사 강행은 못막았지만 상인의 뜻을 모아 다시 상권수호 노력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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