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를 보려면 대구로 오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2003 국제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 및 전시회(IMID2003:International Meeting on Information Display)’가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개최된다.
IMID2003은 세계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자리잡은 한국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발전은 물론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진전을 위해 한국에서 세계적인 정보 및 기술 교류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디스플레이 전문 국제 학술대회 및 전시회다. 2001년 제1회 행사에 이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IMID2003에는 전세계 14개국에서 총 293편의 학술논문 발표와 일본·프랑스·홍콩 등을 포함한 4개국에서 57개 업체가 전시 부스를 마련한다.
IMID2003 조직위원장인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 김용배 교수는 “이번 IMID에서 발표되는 구두 논문발표의 경우 총 134편의 논문 가운데 절반인 65편이 해외 발표자의 논문일 정도로 국제적인 콘퍼런스로 발전했다”며 “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맞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국내에 디스플레이 산업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지난 66년 LG전자(옛 금성사)가 국내 업체 처음으로 19인치 흑백TV를 조립, 생산하면서부터다. 그러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 등은 여전히 일본의 전자업체로부터 수입해왔으며 70년대 중반에서야 브라운관과 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현상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LG필립스LCD가 지난해 TV분야 세계 최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소니에 LCD TV용 LCD를 공급한데 이어 LG전자는 다음달부터 일본 유수 TV업체들을 대상으로 PDP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일본의 TV업체 3∼4곳과 LCD TV에 들어가는 대형 LCD 패널 물량을 공급중이며 삼성SDI는 일본의 전자업체인 JVC에 PDP패널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및 기술이 바야흐로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가장 오래된 디스플레이 기술인 CRT분야에서는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55%에 이르고 있다. 노트북에서 주로 사용되다 PC용 모니터, TV로 영역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는 TFT LCD분야에서는 LG필립스LCD·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비중이 40%에 육박, 수년째 대만·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 휴대폰용 LCD분야에서는 삼성SDI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형 TV용 디스플레이 소재로 각광받는 PDP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일본업체 비중이 70%에 육박하지만 오는 2004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역전할 태세다. 모든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1위 달성이 목전에 있는 셈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막대한 전후방 효과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소자 기술을 바탕으로 모니터와 TV부문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휴대폰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선두권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CRT유리 부문에서는 삼성코닝이, LCD용 유리에서는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등 기반인프라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불모지였던 장비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정장비·클린룸 시설 등은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고 고난이도 기술이 요구돼 수십년 동안 일본업체들이 독점해온 화학증착장비(CVD)분야도 주성엔지니어링이 대만 LCD업체에 올해 수출을 시작했다.
이렇게 디스플레이 산업이 기간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국내 TFT LCD업계 수출은 2001년(45억달러)보다 40% 이상 증가한 62억달러를 달성, 지난해 D램수출(59억7000만달러)을 앞질렀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40% 증가한 88억달러의 수출실적이 예상되며 CRT·PDP를 포함할 경우 100억달러를 돌파, 한국 제1수출품목인 자동차를 제칠 태세다. 물론 TV나 모니터, 장비 등 전후방제품을 포함하면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단계 더 도약해야=이처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규모면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한국 대부분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원천기술면에서는 여전히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부재는 궁극적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적인 PDP 생산업체로 부상하자 최근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기업들이 국내업체들을 상대로 특허공세를 시작했다. 백라이트(BLU)라는 간접광원을 사용하는 LCD와 달리 자체 발광을 통해 더욱 얇게, 선명하게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EL에서도 원천 기술업체인 코닥 등이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생산측면에서는 대만과 중국 등 후발국가들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추월’을 외치고 있다. 디스플레이 원조국인 일본도 PDP·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더이상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IMID는 이러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계의 고민이 반영된 행사다. IMID라는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학술 및 전시회를 통해 국내 산업계·학계의 디스플레이 기반기술 개발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및 기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또 세계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자리잡은 한국이 그 위상에 맞게 세계적인 잔치를 개최함으로써 디스플레이 전문가에게 정보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진정한 디스플레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규모뿐 아니라 기반기술 확보, 그 위상에 맞게 적적할 대외활동이 요구된다. IMID2003은 한국이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가는 디딤돌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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