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한국의 통신서비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의 통신서비스를 대표하는 초고속인터넷과 CDMA가 베트남에서 잇따라 도입되면서 엔터테인먼트에 이어 또다른 ‘한류’를 예고했다.
자국 중심의 통신서비스산업의 특성상 베트남 시장 진출에는 한계가 있으나 시스템과 콘텐츠 등 후방산업 진출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됐다.
◇진출 현황=KT는 지난 3월 총 3100회선 규모의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수주했다. 하이퐁·하이증·흥엔·광린 등 4개성에 국한됐으나 우리의 앞선 기술로 베트남 ADSL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10년 안에 10만회선 규모로 늘릴 예정이며 베트남 정부와 협의해 중부 이하 지역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베트남의 첫 CDMA 서비스도 우리의 도움을 받아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1일 SK텔레콤·LG전자·동아일렉콤의 합작사인 SLD텔레콤이 베트남 이동통신업체인 SPT와 함께 cdma 1x 서비스인 ‘에스폰(S-pone)’을 성공적으로 개통시킨 것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윈윈 전략=베트남은 자국의 낙후된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있어 한국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10년전 KT의 투자를 받아들인 것은 자국 유선통신망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며 이번 초고속인터넷 사업도 KT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SLD텔레콤을 통한 CDMA 서비스도 GSM방식으로 정체된 자국 무선 통신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KT와 SK텔레콤 역시 포화된 국내 시장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8000만명인 베트남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외국기업의 힘을 바라는 베트남에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를 거둘 수 있다. KT의 경우 38% 정도의 수익을 배분받으며 SLD텔레콤의 수익 배분율은 50%에 이른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적으나 장기적으로는 괜찮으며 특히 후방산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와 전망=통신서비스는 원래 해외 진출이 힘든 사업이다. 통신망을 남의 나라에 맡기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만 해도 KT와 SK텔레콤의 진입을 합작사 이전 단계인 합작경영(BCC)방식으로 허용했다. BCC는 독립 법인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사업기간도 10∼15년으로 한정되고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번 cdma 1x 서비스도 베트남 정부는 기존 GSM사업자를 의식해 요금 등 이용약관에 대해 까다롭게 규제함으로써 개통이 늦어졌다.
SLD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베트남에 통신관련 규제가 명확치 않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을 들여야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장비뿐만 아니라 콘텐츠·솔루션 등으로 진출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의 베트남 주재원들은 하노이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민들이 우리가 구축한 망을 통해 웹서핑을 하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날을 생각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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