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원전 수거물관리의 이해

◆신재인 한국핵융합협의회 회장 jaeishin@chollian.net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부지를 구하는 정부의 노력은 15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해 관련 집단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 부지를 확보하는 일은 어렵게 보인다. 이미 원전에서 발생된 원전수거물들은 부지내의 임시저장고에 쌓여 있으나 현 시설 용량으로는 2008년 이후에는 더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막대한 지역개발과 지원시설 건설을 약속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부지유치 청원을 고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자력에너지를 활용하는 정부정책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단체들은 원전건설과 원자력발전 자체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면서 원전수거물관리사업부지를 정하는 일에 폭력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으며 현재가 없는 미래도 없다. 우리나라의 전력개발 역사는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한 눈물겨운 경제개발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해방 직후 1948년 5월 14일 북한은 일방적으로 남한에 송전하던 전력공급을 전면 중단했고 6·25 전쟁을 통해서 다시 철저하게 파괴됐다. 이후 정부는 많은 화력과 수력 발전소를 준공했다. 강원도 탄광에서는 광부들이 위험한 갱내에서 24시간 작업에 매달리게 되었고 무연탄을 난방에 쓰는 도시는 일산화탄소 중독자와 공기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제한송전에 산업화는 중단되었고 특선이 없는 가정은 전기를 구경할 수도 없었다. 이후 1973년과 1978년에 있었던 석유파동은 정부의 석유위주의 불안정한 에너지정책을 발전연료 다원화 원칙으로 수정하게 만들었다.

 원자력발전소는 바로 이 시기에 도입됐다. 원전연료는 한번 설치하면 3년 이상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유가와는 무관하게 경제적인 전기를 소비자들에게 항상 공급한다. 고리 1호기가 1978년부터 가동하면서 전력난은 해소됐고 중화학공업은 발전해 경제개발이 가속화됐다.

 그후 원전은 국내 전력공급의 40∼50%를 담당하면서 수입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걸프전쟁과 이라크전쟁 중에도 원유가격이 급등하고 국내에서는 천연가스의 공급부족이 문제가 됐지만 원전은 변함없이 경제적인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산업과 경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원전에서 일하던 모든 사람들은 24시간 비상 대기상태에 있었다. 지금 원전은 우리의 기술로 설계, 건설되고 있다. 그리고 원전의 안전성과 운전실적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남한에는 18기의 원전이 가동중에 있다. 그 중에 6기는 우리가 개발한 한국표준원전이다. 그 이전에 건설되었던 원전은 1970년대에 설계됐다. 조금 부피가 크고 폐기물도 많이 배출됐다. 그러나 최근 한국표준원전은 예전 원전보다 10%정도의 폐기물만 발생시키고 있다. 소각로를 포함한 기술개발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원전부지에는 이미 6만드럼 정도의 원전수거물이 쌓여 있다.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이익에 대한 작은 부담이다. 원전수거물관리부지는 이미 발생된 이 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한 부지로 환경오염이나 위험성이 전혀 없는 시설이다. 이 시설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시설의 안전성보다는 정부의 원전정책을 반대하는 것을 실제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원전기술은 15년 이내에 도태되고 안전하고 청정한 핵융합에너지와 제4세대 원전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두 새로운 원자력시설은 원전수거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이 논쟁도 이때가 되면 바로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경제개발을 위해서 큰 도움을 받았던 원전에서 이미 배출한 원전수거물은 우리가 현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미래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도전에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한다. 국민 소득 1만달를 이제 막 넘은 현재에서 우리는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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