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기초연구 지원 이유

 9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의 기초연구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비현실적이니 차라리 그 자금을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투자하자는 주장이 흔히 제기됐다. 기초연구는 결과가 대부분 학술지에 발표되는 것이므로 만약 기초기술이 필요하다면 학술지 내용을 인용하거나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 같은 주장은 기초연구 결과가 갖는 공공재적 성격인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에서 기인한다. 비경합성이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언제든 필요한 때 볼 수 있어 한 사람이 기초연구로부터 발생한 과학적 지식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 비배제성은 한 사람이 기초연구로부터 발생한 지식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초연구의 공공재적 특성은 현실적으로 제한돼 있다. 한 국가 안에서는 기초연구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지만 언어와 지역이 다르고 과학기술의 발전단계가 제각각인 국가간에는 이런 공공재적 성격이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공공재적 특성이 적용된다면 초고속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우수한 학술지를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원문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마땅히 기초연구의 선진국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누구도 우리나라를 기초연구의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는 기초연구의 결과가 지식의 산물이므로 쉽게 흡수될 수 없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첨단 기초연구 결과를 우리가 직접 활용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내용이 실린 논문뿐만 아니라 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장비와 함께 우수한 연구인력이 있어야 한다. 즉 다른 곳에서 수행된 기초연구의 결과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네트워크 등에 대한 많은 선행적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기초연구로부터 발생하는 편익은 지리적으로, 그리고 언어적으로 지역화 하는 경향을 가지며 이런 주장은 많은 실증적 연구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오늘날 기초연구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지식의 축적을 증대시키고, 대학원생을 연구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훈련된 우수인력을 양성한다. 또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을 증가시키고 기초연구의 결과를 활용해 새로운 기업을 창조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초연구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과학재단 프로그램관리자실 송충한 박사 chsong@kose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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