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 분식회계로 불거진 기업투명성 문제는 IMF 금융위기를 거치고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참여정부도 IT와 정보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실현을 주장하고 있고 기업도 21세기 조직의 핵심 경쟁력으로 경영투명성을 꼽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수행한 ‘기업 투명경영 준비도(e-Transparency readiness) 평가’는 정보화의 관점에서 국내 기업의 투명경영 기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어떻게 평가했나= 투명성 평가모델은 주주, 경영자, 정부, 종업원, 협력업체, 고객 등 기업투명성과 관련된 6대 이해관계자 네트워크(e-Transparency Stakeholder Networks)를 주주(지배구조 투명성), 경영자(의사결정 투명성), 종업원(정보공유 투명성), 고객(서비스 투명성), 협력업체(조달거래 투명성), 정부(조세 투명성) 등으로 정의하고 이들 6대 이해관계자 사이에 흐르는 정보(information), 물자(materials), 자금(capital), 의사결정(control&decision-making)의 4대 흐름을 업무(business process) 및 정보시스템(information system) 중심으로 관찰·분석하고 있다.
◇영역별 평가결과=주요 평가영역 가운데 내부정보공유 및 조달체계 영역이 재무회계나 인사관리 영역에 비해 정보화 투명경영 준비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금융업 및 제조업 기업이 타 업종 기업에 비해 정보화 투명경영 준비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분야의 경우 국내기업들은 주로 홈페이지를 통해 입찰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37.5%만이 입찰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내 의사결정, 인사관리, 성과관리 등 내부 정보공유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의 70% 이상, 대기업의 48% 이상이 내부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거나 구축했더라도 활발히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규모별 평가결과=대기업은 54% 이상이 ERP패키지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이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ERP의 경우 기존 업무관행에 맞춰 패키지를 커스터마이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투명경영 준비수준만큼은 대기업에 좀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도 ERP 등을 통해 통합적으로 회계를 관리하는 통합회계시스템 활용도는 58.42%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회계, 구매 및 자재관리, 생산관리 등 각종 업무 정보시스템이 통합될수록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고 볼 때 대기업은 회계관리, 인사관리, 품질관리 등에 중점을 두어 통합을 추진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영업 및 주문관리나 물류관리, 생산관리에 비중을 두는 양상을 보였다. 표 4참조
◇향후 과제=정보화 기반의 기업투명성 제고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번 투명경영 준비도 수준측정을 기반으로 기업의 실질적 거래관행과 업무시스템 활용행태(e-Transparency practice)를 직접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또 산·학·연·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제도적 정책대안을 도출하고 기업에는 세제혜택 등 실질적인 당근책도 필요하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ERP시스템으로의 통합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