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DMB 주파수 확보 `비상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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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제네바 ‘세계전파통신회의(WRC2003)’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우리나라 차세대 통신방송용 전파 자원 확보도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 9일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각국은 이번주부터 세부 현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며 주요 현안인 위성DMB와 휴대인터넷의 주파수 대역 확보 여부도 사실상 이번주에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경험과 준비가 일본에 비해 부족한 데다 업계와 정부가 이해타산에만 골몰, 자칫하면 두 주파수 대역을 모두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려면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대로 가면 모두 잃는다=우리나라는 ITU사무총장국인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위성DMB 및 휴대인터넷 주파수대역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이번에 2.310∼2.360㎓ 대역 50㎒를 위성DMB 용도로 제안,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멕시코·인도 등 3개국의 상용화 사례가 있는 데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경쟁국인 한국에 대한 압박카드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이 주파수 대역을 포함한 2.3∼2.4㎓ 대역 100㎒를 휴대인터넷 용도로 분배 고시한 상황이어서, 만일 일본측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주파수 대역의 휴대인터넷은 원천 봉쇄된다.

 우리측은 위성DMB용 주파수 확보에만 매달려 당초 2.535∼2.655㎓ 대역 120㎒ 제안을 2.605∼2.655㎓ 대역 50㎒로 수정했다. 나머지 70㎒는 IMT2000 예비용도로 할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난색을 표했다.

 2.630∼2.655㎓ 대역 25㎒를 제외한 나머지 주파수는 대다수 국가에서 IMT2000 예비용도로 지정한 만큼 당연하다는 반응인데다, 일본 MBCo와 SK텔레콤이 위성DMB 공동 소유로 추진중인 해당 25㎒도 여전히 일본·중국 등의 반대를 물리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파견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최대 협상 쟁점을 두고 맞붙는 형국”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대다수 국가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분위기이며, 협상과정에서 우리쪽의 성과를 따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회의에 앞서 일본측의 다양한 협상카드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소홀함이 크다”고 고백했다. 

 ◇우리의 복안은=현재로선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힘들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비교적 중립적 입장인 미주·유럽권 국가들마저도 한국이 위성DMB를 확보하고 싶으면 일본측 주장대로 2.3㎓ 대역을 쓰고 휴대인터넷은 5㎓ 대역으로 대신하라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지금 협상분위기라면 우리로선 휴대인터넷과 위성DMB 모두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쪽은 국가간 조정이 필요없는 범위내에서 2.605∼2.630㎓ 대역의 주파수 출력을 높임으로써 일본을 압박한다는 최종 협상카드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IMT2000 서비스가 주파수 간섭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다음달 10일까지로 예정된 일본 MBCo사의 위성DMB 서비스 조정 기간에 우리 정부가 출력조정 등 강력한 반대입장을 제시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국내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업계와 정부가 각자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면서 국가적 자산인 주파수 확보를 위해 외교적 대응을 소홀히 했던 잘못이 크다”면서 “ITU(WRC) 회의는 각국의 협상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모든 직간접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