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tslee@ijnc.inje.ac.kr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어언 3년이 지나고 있다. 6·15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시키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시대를 열어나갈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개발과 같은 경제협력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그 어느 시기보다 가장 괄목한 만한 관계 진전을 이룩했다. 남북관계의 이같은 진전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핵문제와 대북송금 특검제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에 다소간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중순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핵-경협 연계정책에서 보듯 미국의 대북 압력정책을 위한 한미 공조에 편승함으로써, 6·15 공동선언 이후 어렵게 쌓아온 화해 협력의 성과를 일시에 허물어버릴 수도 있는 엄중한 사태를 조성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남북공조와 단합, 자주성을 그 기본정신으로 하는 6·15 공동선언에 크게 어긋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상호신뢰 우선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동안 쌓아온 남북 사이의 신뢰관계에 점차 틈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하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있었던 일련의 공방과 같이, 최근 남북한 당국자 사이에 상호 비난성 발언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대북송금 특검제 역시 남북 사이의 상호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경협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화해 협력 정책을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주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단절·퇴보와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적대로 ‘남북관계는 아직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가지 걱정스러운 점도 많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는 바, 한반도 핵 위기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위기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틀 안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을 조율해나가는 이른바 한미공조에 동조함으로써, 대북정책의 독자성을 살리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대북정책의 독자성은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요건인 셈이다.
즉 핵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양국의 입장 차이를 조율·중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 초점은 한반도 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북미 사이의 상호 적대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북미관계를 완전 정상화하는 데 맞춰야 할 것이다. 한미공조에 바탕을 둔 미국의 대북압력정책에 동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또 김영삼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된 핵-경협 연계정책을 재탕할 것이 아니라, 남북경협을 더욱 활성화하는 등 오히려 남북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즉 핵 문제와 관계없이, 남북의 합의대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개성공단 개발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 육로 및 해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활성화하며, 4개 경협 합의서를 조속히 발효시키는 등 정부 차원의 남북경협 프로젝트와 기업 차원의 대북사업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6월에 있을 예정인 남북 철도연결사업과 개성공단 착공식은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따라 남북의 단합과 협력의 의지를 상징하고 더욱 고조하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남북관계의 진전은 한미 공동성명이 아니라 남북 공동선언에 따라 추진되어야 하며, 남북경협의 발전은 핵 사태 악화를 방지하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충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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