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T경영 혁신 정회장이 직접 챙긴다

“무엇을 어떻게 보고해야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룹의 IT정비가 말처럼 쉬운게 아니잖아요.”

 요즘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전사 IT 재정비를 놓고 이 회사 IT 및 e비즈니스 자회사 오토에버 최고위층은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달로 잡혀있는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에서 그룹의 IT비전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회장이 자동차 이외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중점분야로 e비즈니스·IT화를 강조하며 직접 챙기고 있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IT관련 신규투자에 대해서도 손수 결정한다. 지난해 정보전략팀에서 올린 2003년도 신규 IT투자건도 꼼꼼히 살피고 사인했다.

 이는 아들(정의선 부사장)에게 맡긴 인터넷 등 IT사업이 여러 잡음을 일으키며 잇따라 실패한 점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IT에 대한 관심은 인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현대카드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정태영 부사장은 현대차 구매부본부장(당시 전무)으로서 현대차 e프로큐어먼트 ‘바츠’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인물.

 정 회장의 사위이기도 한 정 부사장이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카드로 배치된 배경에는 IT도입을 포함한 경영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것이 그룹측의 설명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ERP 도입을 컨설팅하고 있는 베어링포인트 역시 정 회장 눈치보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수십번에 걸친 보고회를 거쳐 이 사업을 수주한 베어링포인트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향후 본사로의 적용을 전제로 하고 있어 성공여부에 따라 막대한 수입원이 될 수 있는 반면 실패할 경우에 돌아올 이미지 손상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또 최근 현대차그룹의 IT를 포함한 전체적인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효과검증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컨설팅 프로젝트도 맡아 더욱 부담스럽다.

 회사 관계자는 “ERP 도입은 정 회장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문으로 지금까지 제출한 보고서만도 수십개에 이른다”며 “제조담당 컨설턴트를 대거 투입하고 있지만 ERP가 완성되는 2004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판매, 생산, 회계, 영업 등 전업무에 있어 글로벌 경영이 가능한 시스템 도입을 검토중이다. 이 역시도 정 회장의 ‘2010년 글로벌 톱 5’ 달성을 위한 구상의 하나로 전세계 현대차 생산·판매기지를 단일 시스템에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주된 목적이다.

 또 기도입된 공급망관리(SCM)와 바츠와의 연계작업, 생산계획시스템(APS) 등 연이어 추진되는 IT관련 프로젝트에도 정 회장은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 재계 4위 현대차그룹의 IT경영혁신은 수많은 보고서를 일일이 챙기는 정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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