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현대모비스가 기아차 쏘렌토 차종에 공급하고 있는 롤링섀시모듈. 이 모듈은 기존 섀시모듈에다 구동계 전체를 조합했다.
‘모듈화만이 살 길이다.’
9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 완성차업계의 잇단 ‘모듈화’ 방식 채택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해법으로 인식되면서 최근 이를 도입하려는 국내 차업계의 잰걸음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모듈화는 대우자동차(현 GM대우차)가 97년 누비라에 처음으로 에어컨 모듈을 적용한 이래 99년 현대자동차가 섀시모듈, 기아자동차가 운전석 모듈을 도입하면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후발주자인 르노삼성, 쌍용차 등도 이 방식을 잇따라 채택하고 나섰다.
모듈화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개의 작은 부품을 대형 부품회사가 6∼7개 덩어리로 묶어 중간 부품(모듈 부품)으로 만들면 자동차 업체가 이를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선진국형 생산방식. 다임러벤츠, BMW, GM, 포드 등 세계 굴지의 차업체들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위해 이 방식을 도입, 이미 시행하고 있다.
20세기를 풍미한 미국 포드의 컨베이너시스템(대량생산)과 도요타자동차의 간판방식(부품재고 최소화 방식)이 물러나고 모듈방식이 21세기형 세계 제조업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지금 국내 완성차 업계의 최대 관심이 모듈생산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 어떻게 준비하나=현대·기아차는 지난 99년 모듈화를 위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모듈 전문 부품사로 육성하기 위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섀시모듈, 운전석모듈, 프런트앤드모듈 등을 총 20여개 차종에 적용 또는 향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EF쏘나타의 경우 총 생산과정 중 22%를 모듈화로 생산하며 쏘렌토의 경우 모듈화율이 67%에 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측은 “이미 현대모비스의 운전석 모듈부품 공급으로 카니발 Ⅱ의 부품수를 10% 줄였다”면서 “향후 모듈생산방식을 전면 도입할 경우 현재 120단계에 달하는 조립공정을 10∼20단계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GM대우차는 델파이를 통해 라디에타·콘덴서·팬 모듈(CFRM)을 납품받고 있다. 오는 2005년 출시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100’의 경우 배기가스 정화장치인 컨버터, 소음방지용 머플러, 중간의 파이프 등을 한데 묶어 모듈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업체로부터 운전석 모듈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SM5 후속인 ‘EX’에 계기판, 라디에이터, 에어컨 등을 하나의 모듈로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최근 부품업체들과 모듈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해외 완성차업계 도입사례=미국과 유럽은 대형 부품업체가 모듈화의 솔루션을 가지고 이를 완성차업체에 제안해 업무를 공유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GM의 부품업체인 델파이와 포드의 부품업체인 비스테온이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모듈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기술력을 가진 부품업체가 모듈화 기술을 개발해 완성차업체에 제안하고 있다.
벤츠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34개의 모듈 조립으로 자동차 1대가 완성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BMW 3시리즈 공장, 폴크스바겐의 브라질 공장 등도 모듈화를 전면 도입했다. 영국 랜드로버는 90년대 중반 모듈화를 도입해 생산대수가 연간 18만대에서 35만대로 늘었다. 또 1인당 연간 생산대수도 4000대에서 7778대로 증가했다. 반면 불량품 수는 100만대당 5000대에서 8대로 크게 줄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모듈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관망자세로 일관하다가 닛산이 르노에 매각된 것을 계기로 모듈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올해부터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 모듈 생산방식을 도입했으며 닛산도 스카이라인 신형모델에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왜 모듈화인가=현재 전세계 자동차 생산 설비능력은 연간 약 8000만대에 달하는 반면 판매량은 연간 6000만대를 밑돌고 있는 형편. 이처럼 생산설비능력 대비 수요가 75%에도 못미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판매량의 증대를 통한 공장 가동률 향상과 비용절감이 요구됐다.
모듈화는 모듈업체가 기존 완성차업체가 전담하던 설계, 생산, 조립, 검사 및 판매에 이르는 전과정을 분담해 기존 조직을 슬림화한다. 또 생산단계를 축소시켜 소비자의 요구에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모듈화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