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타까운 KAIST

 국내 이공계의 명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잇단 사고로 초상집 분위기다.지난 달 폭발사고로 항공우주공학전공 박사과정 4년차 학생이 사망하고 박사과정 2년차가 중상을 입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선 기숙사 5층에서 생물전공 학생이 투신하는 사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신축 중이던 정문술 빌딩 일부가 붕괴되어 인부 2명이 부상하는 등 올해들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달 폭발사고는 경찰 조사결과 질소가스용기에 수소가스를 채워놓아 실험 학생이 가스용기를 여는 순간 수소와 공기가 반응해 발생한 인재로 밝혀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실험을 수행했던 학생이나 지도교수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

 KAIST가 뒤늦게 나서서 사고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책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KAIST와 경찰측은 현재 폭발사고 학생의 지도교수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래저래 곤혹스런 입장에 놓여 있다.

 지난 93년 이후 지금까지 KAIST에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사망한 학생 수는 모두 7명. 이들은 수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일념속에 과학도로 성장하다가 채 피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꽃들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로 KAIST가 자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거나 학사관리를 완화하고, 재입학 제도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펴온 가운데 ‘백약이 무효’인 셈이 됐다. 일각에선 “푸닥거리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KAIST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KAIST의 침체된 분위기를 현장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기자의 마음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번 기회에 안전 시스템과 학업위주의 교육체계를 전면 재점검, 잘못된 것이 있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개선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세계로 웅비하는 KAIST로 거듭나는 모습을 기대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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