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같은 분야의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마치 구구단 공식 같이 옷하면 동대문, 보석하면 종로, 전자제품하면 용산이 떠올려진다. 이처럼 비슷한 업체들끼리 굳이 모여 장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승률 제로의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외딴 곳에 홀로 있는 상점보다 집합적 시장에 있는 매출이 크다.
집합적 시장은 소비자의 경우 다양한 상품을 비교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의 경우 흩어졌던 수요를 집중시켜 공략 시장범위를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이 시장은 상생의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이러한 이점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달리 IT산업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리적인 공간을 초월한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결국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측면에서 업체간 시장 집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일반인과 밀접한 관계인 통신업계는 집적화된 시장하에 있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최근 통신업계에는 코피티션(협력적 경쟁)이란 새로운 경영 현상이 첨가되면서 시장이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종전에 단순한 경쟁에서 지금은 업체간 협력체제를 통한 복합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점점 다양해지는 고객 욕구를 혼자서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는데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많은 사업기회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어떤 시장이든 경직되어 경쟁의 질이 낮아져 있다. 이런 때일수록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면 전체 상황은 더욱 열악해진다. 그것은 마치 프로야구에서 어느 한팀 혼자 독보적인 전력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기업들은 서로 협력을 통해 수요를 견인해 나가야 한다. 경쟁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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