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위 `예견된 파행`

 석달간의 진통끝에 구성된 제2기 방송위원회가 시작부터 내부 갈등으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끝내 방송위 노조와 시민단체, 방송계 전반에서 반대했던 인사들을 방송위원으로 추천·선임한 결과다.

 실제로 여·야가 추천한 방송위원간 갈등에다 방송위원과 노조간의 극한대립으로 인해 제2기 방송위가 출범단계부터 삐그덕거리면서 표류하고 있다. 방송위 노조는 제2기 방송위원회 재구성과 노성대·이효성 위원의 방송위 정·부위원장 선출 무효를 요구하면서 7일째 철야농성중이다. 방송위 노조는 제2기 방송위원들이 제1기 방송위원보다도 못한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어 제2의 서동구 사태를 연상케 하고 있다.

 또 대통령·민주당 추천의 방송위원과 한나라당 추천의 방송위원들도 부위원장 선출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위 첫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측 방송위원들은 야당몫으로 부위원장 자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도중 퇴장하기도 했다. 야당측 위원이 없는 상태에서 여당측 위원들끼리 부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첫 회의부터 파행을 보이면서 결국 상임위원 3인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방송위의 파행은 인선과정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각계에서 이야기한대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임하기보다는 지상파방송사 출신과 특정 정치인 측근들을 대거 선임했다.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위해 2000년 독립국가기구로 탄생한 방송위의 위상이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방송위가 독립성보다는 오히려 특정 매체로 기울어지면서 방송산업을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보다는 여·야 정당의 당리당략에 흔들리는 국가기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방송위가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방송위원들의 중대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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