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영원한 맞수 IBM-HP

 중대형 컴퓨팅 분야의 영원한 맞수 한국IBM과 한국HP가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격돌한다. 지난 2001년 KISIT의 슈퍼컴퓨터 도입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인 양사는 올해 들어 크고 작은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서 이미 접전을 치르고 있지만 무엇보다 다가올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2호기 도입을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HP에 기상청 프로젝트는 지난 KISTI의 패배를 만회할 설욕전이며, 한국IBM에는 여태껏 자사 시스템이 단 한 대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기상청을 대형 레퍼런스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IBM 본사 차원에서 기상청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기술인력을 파견한 데 이어 HP 역시 본사 차원의 절대적인 지원을 한국HP측에 약속했다. 구 컴팩코리아를 합병하며 중대형컴퓨팅 시장에서 IBM과 IT 지존의 자리를 두고 맞수로 올라선 한국HP. 양사의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경쟁은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내년까지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한국IBM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올해 고성능컴퓨터(HPC)를 전략 컴퓨팅분야 중 하나로 정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관련 본사 조직인 IBM 연구소에서 블루진·그리드 컴퓨팅·생명과학 등의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 실용화하고 있으며 ACTC라는 고급 전문가 조직을 통해 실제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방법론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인 지원의 결과로 인터넷의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분산 환경 가상 통합을 위한 그리드 컴퓨팅의 표준화와 보급에 나서고 있으며, 최초로 인간두뇌의 연산 성능을 보유할 ‘아스키 퍼플’, 저전력 고성능 슈퍼컴퓨터인 ‘블루진’, 가상 벡터 컴퓨터인 ‘블루 플래닛’ 등의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슈퍼컴퓨터 활용과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IBM의 슈퍼컴퓨터 전략은 ‘파워 칩’ 전략에서 시작된다. IBM은 현재 파워4의 후속인 파워5 개발을 완료해 내년 출시를 앞두고 최종 시험단계에 있으며, 2006년 출시 예정인 파워6 칩 개발도 이미 지난해 12월에 착수한 상태다. 파워5 칩에는 ‘패스트패스(Fast Path)’라는 하드웨어 가속화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던 네트워크 통신 기능을 칩 안에서 하드웨어적으로 처리해 인터넷의 기반인 TCP/IP 통신과 병렬 프로그램을 위한 MPI 통신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능을 구현한다. 또 하나의 칩을 마치 두 개의 칩인 것처럼 사용하여 강력한 성능을 내는 ‘동시 멀티스레딩(Simultaneous Multi-threading)’ 기법도 구현하게 된다.

 파워6 칩은 파워5의 ‘패스트 패스’ 기능에 DB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 하드웨어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표준DB 언어작업 성능을 대폭 향상할 수 있게 된다. 이 칩은 p시리즈·i시리즈·z시리즈 등 모든 중대형 서버 제품군에 탑재할 계획이다.

 IBM의 슈퍼컴퓨터를 위한 전형적인 제품으로는 p690으로 대표되는 파워4 칩 기반의 IBM e서버 p시리즈 제품과 클러스터 1600, 그리고 인텔 계열 프로세서 기반인 클러스터 1350 및 ‘블레이드센터’ 등이 있다. 병렬슈퍼컴퓨터를 위한 핵심기술인 초고속 병렬 네트워킹을 위해 IBM은 현재 p시리즈 기반의 슈퍼컴퓨터를 위해 개발된 SP스위치 시리즈의 다단계 스위치형 고속 병렬네트워크 솔루션을 가지고 있으며, 업계에서 지원되는 주요 고속네트워크 솔루션을 사용한 클러스터 구성도 지원한다.

 IBM은 현재 전세계 상위 500대의 슈퍼컴퓨터 중 129개 시스템을 공급했다. 이론 성능치 12.3테라플롭스인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아스키 화이트(ASCI White)’ 시스템을 비롯해 영국 HPCx 컨소시엄, 미국기상연구소(NCAR), 미해군해양연구소(NAVO), 미국에너지과학전산원(NERSC), 유럽중기상예측센터(ECMWF)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KISTI에 설치된 이론 성능 665기가플롭스의 p690 클러스터를 비롯해 서울대학교·전북대학교·동명정보대학·현대자동차 등에 IBM 슈퍼컴퓨터가 설치돼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KISTI에 총 이론성능 4테라플롭스가 넘는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인터뷰> 이상호 부사장

 “성능중심의 슈퍼컴퓨팅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능 우위성은 물론 대용량 스토리지 네트워크와 생명공학 알고리듬이 결합된 ‘딥컴퓨팅’ 개념을 강조해 나갈 것입니다. 또 딥컴퓨팅에 그리드컴퓨팅, 클러스터·생명공학·HPC 온 디맨드 개념을 가미한 IBM의 새로운 컴퓨팅 모델로서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상호 IBM 부사장은 슈퍼컴 고객에 대한 철저한 기술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다양한 플랫폼의 슈퍼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작, 응용 프로그램의 최적화 및 시험을 위해 다양한 유관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은 또한 시스템 소유자·관리자·사용자 등을 위한 다양한 관심사를 망라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팅의 용도를 확대하고 그 용도에 맞는 아키텍처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과 밀접하게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IBM은 슈퍼컴 공인 사이트인 톱500 슈퍼컴퓨팅 사이트에 가장 많은 제품군이 등재되는 등 슈퍼컴 분야의 우위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데다 중장기 명확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성을 줄 수 있다”며 “국내 슈퍼 컴퓨팅 산업 발전을 위해 기술력 기반의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HP

 한국HP(대표 최준근)의 슈퍼컴퓨터 전략은 ‘아이테니엄’ 칩과 ‘리눅스’ OS를 근간으로 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로 압축할 수 있다.

 HP가 합병한 구 컴팩의 알파 기술에서 핵심축을 차지하고 있는 클러스터는 유닉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병렬처리 기술. 한국HP의 슈퍼컴퓨터 전략에서 클러스터는 특히 아이테니엄 칩 전략을 고려할 때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미 HP측이 밝힌 칩 로드맵에서도 나와 있듯 2005년 이후부터는 아이테니엄 칩 기반으로 전환이 구체화되는데 슈퍼컴퓨터 역시 아이테니엄 기반에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 병렬처리 기술인 클러스터가 상용칩인 아이테니엄 칩을 수백대, 수천대 연결하는 핵심기술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한국HP는 일반 상용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자사 HP-UX OS를 비롯해 윈도·리눅스 등 고객과 애플리케이션 특성에 따른 멀티OS 전략을 펼칠 계획이지만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만큼은 리눅스를 ‘전략적 OS’로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HP측은 IA32용 리눅스는 공개 소스 커뮤니티 위주로 개발돼 왔지만 아이테니엄 환경에서는 HP가 커널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게 됐음을 강조한다. 현재 2.4.x는 HP 실험실의 비욘 헬가스가, 2.5.x는 데이비드 모스버거가 담당하고 있어 아이테니엄용 리눅스는 HP-UX의 장점을 받아들여 전사적인 수준의 OS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HP의 이같은 리눅스 전략은 이미 세계적인 유수의 슈퍼컴퓨터 센터들에서 주력 OS를 리눅스로 바꿔나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클러스터 시스템에 있어서는 윈도보다 리눅스 OS가 시스템 구성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급증하는 입출력(IO) 대역폭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개소스 형태의 클러스터 파일 시스템(CFS)이 필요한데 슈퍼컴퓨터센터 ‘PNNL’이나 인텔·클러스터파일시스템사 등과 리눅스상에서의 클러스터 파일시스템을 구현하는 ‘Lustre(http://www.lustre.org)’의 개발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업계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수학 라이브러리인 MLIB를 리눅스 기반 아이테니엄 시스템에 포팅했으며, 조만간 32비트 IA서버에도 포팅할 예정이다.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MPI 부분에서 HP는 최적화된 HP-MPI를 아이테니엄 IA서버에 포팅할 계획이다.

 한국HP는 이미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센터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ES45나 DS20을 기반으로 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인 ‘SC45’나 ‘SC20’을 당분간 유지하되 클러스터를 구현하는 핵심기술 ‘트루64’의 기술이 HP-UX에 완전히 흡수되는 2005년부터는 아이테니엄을 기반으로 한 HP-UX 클러스터와 리눅스 클러스터를 전략 제품으로 본격적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한국HP는 이 시기에 ‘클러스터팩’이라는 HP-UX용으로 패키지화돼 있는 클러스터 제품과 XC6000·XC3000(인텔칩 기반의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이라는 HP에서 패키지하고 테스트한 리눅스 클러스터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이테니엄2 칩 기반의 슈퍼컴퓨터는 PNNL·피츠버그 슈퍼컴퓨터센터·오하이오 슈퍼컴퓨터센터 등 세계적인 슈퍼컴퓨터센터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기상연구소·삼성종합기술원·LG전자·한라공조·해양연구소·KISTI·ETRI·ADD·금호·현대자동차·포항공대·한국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중공업 등의 슈퍼컴퓨터로 한국HP의 제품이 채택돼 운영중이다.

 <인터뷰> 김병두 부사장

 “HP는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아키텍처의 선두주자입니다. 슈퍼컴퓨터 역시 이 방향과 일치되게 리눅스 및 아이테니엄을 통해 국내외의 슈퍼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업계 최고의 시스템 성능과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엔터프라이즈시스템그룹(ESG)의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병두 부사장은 지난 2001년에 출시된 아이테니엄 프로세서가 작년, 코드명 맥킨리인 ‘아이테니엄2’로 발전한 이래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아이테니엄2는 이미 여러 업계 표준 벤치마크에서 우수성을 드러냈고, 특히 슈퍼컴퓨터에서 중요한 실수연산 작업에서 탁월한 우수성을 드러낸 만큼 슈퍼컴퓨터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본사 차원에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아이테니엄에서 공개소스 보급을 목표로 한 ‘젤라토’라는 커뮤니티를 유지 및 후원하고 있는데 이 커뮤니티에는 CERN·NCSA·NCAR·PNNL·피츠버그 슈퍼컴퓨터센터·INRIA·오하이오 슈퍼컴퓨터 센터 등 세계적인 유수의 슈퍼컴퓨터센터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아이테님 기반의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는 상용비즈니스 시장에서 유닉스를 대체하는 아이테니엄 세력보다 더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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