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디지털 빈부격차가 3년 전 휴렛패커드(HP)의 노력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빈민촌으로 꼽히는 작은 마을인 이스트팰러앨토(실리콘밸리 빈민촌의 하나)에 거주하는 오톨로스 어펑기어와 그녀의 남편 사이어 어펑기어는 폴리네시아 식품과 음식을 판매하는 ‘아일랜드 마켓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집안처럼 편안한 이 가게 뒤편에는 이들 부부가 광고전단을 인쇄하거나 상인들과 연락하는 데 쓰는 초고속 컴퓨터가 한 대 놓여 있다.
아일랜드 마켓은 HP가 500만달러를 지원한 이른바 ‘디지털마을사업(Digital Village Project)’에 따라 컴퓨터와 프린터 등을 지급받은 70여 수혜 업소 중 하나다. HP 관계자들과 이 지역 유지들은 지난달 31일 3개년 사업의 성과 기념식을 개최했으며 이 사업을 HP에서 이스트팰러앨토로 이관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레인보 푸시 이니셔티브(Rainbow Push Initiative)’를 HP와 공동 추진했던 제시 잭슨 목사도 이날 디지털마을사업 이관식에 참석했다.
디지털마을사업은 HP가 2000년 디지털 빈부격차 해소를 약속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을 전국에 보급하기 위해 디지털 빈부격차 해소 정책을 추진했고 이 정책의 일환으로 이스트팰러앨토를 방문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스트팰러앨토 방문 때 HP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장비와 교육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HP는 이스트팰러앨토, 볼티모어, 샌디에이고, 휴스턴 등 4개 도시에서 디지털마을사업을 시행키로 하고 우선 이스트팰러앨토부터 지원했다.
HP는 어펑기어 부부의 가게뿐만 아니라 학교·주택·교회에도 컴퓨터 등을 지원했다.
어펑기어 부부는 HP가 지원한 컴퓨터와 프린터 덕분에 자신들의 구멍가게를 대기업 전문 경영인처럼 운영하게 됐다.
HP 지원이 없었으면 초고속 컴퓨터나 프린터를 장만하지 못했을 세 아이의 어머니인 오톨로스 어펑기어는 “명함이나 광고전단 등을 이제 혼자 힘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클레이는 어펑기어 가게 인근에서 아이들이 통통 튀어오를 수 있는 공기 튜브를 임대하는 ‘쥬라기 점프’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도 HP 디지털마을사업 덕분에 컴퓨터를 사용해 예약을 받고 고객 주소도 찾는다.
클레이는 “전에 쓰던 컴퓨터는 느린 구식 모델이었다”며 “디지털마을사업이 지역주민의 소득을 늘리고 긍지를 불어넣는 등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반겼다.
디지털마을사업은 HP와 일부 지역사회단체의 협동으로 추진돼 왔다. 이 사업에 협력한 단체는 이스트팰러앨토시청 외에 플러그드인, 스타트업, 원이스트팰러앨토, 레이븐스우드 학군 담당 교육청, 기회산업화센터 서부지구 등이다.
HP는 경제단체 사무실을 수용하고 원스톱 훈련을 제공할 첨단 지역센터도 조속한 시일에 완공되길 기대했지만 이 센터 건립은 다른 건축사업들의 지연과 맞물려 보류된 상태다.
HP 재니스 에반스 페이지 디지털마을사업 담당이사는 “이 사업에 대한 3년간의 지원 기간이 끝났지만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확산 추가 계획이 추진되길 원한다”며 “3년만에 디지털 빈부격차를 완전 해소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사진설명>
미국 HP가 동부 볼티모어 지역에 설립한 디지털 마을의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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