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못말리는 CEO

◆국제기획 이재구부장 jklee@etnews.co.kr

 요즘 미국에서 일반인들의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는 인터넷음악 저작권 문제일 것이다.

 최근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 중심 인물은 단연 ‘못말리는 CEO’ 스티브 잡스다. 그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전에 기자회견을 알리고(없으면 녹음기에 남기면 그만이고), 자기 기사를 나쁘게 쓰는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자사 광고집행을 백지화시키겠다고 떼를 쓴다. 우스운 것은 ‘그’가 그렇게 하면 많은 편집자들이 ‘그의 말’을 들어준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가 요즘 음악을 사업소재로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고 해서 ‘또 다시’화제다. 실리콘밸리의 가장 분방한 CEO 중 한사람인 그는 지난 86년 조지 루커스로부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사서 회사명을 픽사로 바꾸고 디지털애니메이션사업에 뛰어들었다. 토이스토리·몬스터주식회사 등의 히트는 넥스트·i맥 등의 잇단 실패를 순식간에 벌충하면서 또 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0년 전 컴퓨터시장에서 100대 중 10대꼴로 팔렸던 애플이 100대 중 2.3대꼴로 팔리는 부진속에서 그가 큰소리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상을 ‘디지털’로 돌린 그는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인터넷상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를 이용하는 개인들에 대한 불법판정이 잇따라 내려지는 가운데 시도하는 그는 영원한 벤처인이다.

 최근 2002회계연도 실적발표 후 일본 열도를 ‘소니 충격’으로 몰아넣은 소니의 경우를 보면 95년이후 또 다른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데이 노부유키가 등장하면서 소니의 미래 로드맵이 그려졌다.

 오가 노리오 후임이 누구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몰라서) 대답못하던 그가 CEO로 등극하면서 디지털시대를 준비하는 소니의 조직 아키텍처가 그려졌다. 화려한 그림과 함께 디지털키즈, 또는 넷키드란 이름 그대로 디지털시대에 준비해 소니의 미래를 다듬었다. 물론 소니로선 가슴 아프지만 이동전화에서 실패하면서 디지털네트워크 구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니는 디지털네트워크 시대의 로드맵을 안고 새로운 스타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유망주로 기대되는 사람은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인 구타라기 겐이다.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영화를 포함한 디지털콘텐츠산업이다. 플레이스테이션 하드웨어 한대를 팔 때마다 100달러씩 손해를 보는 소니와 X박스 한대를 팔 때마다 200달러씩 손해를 보는 MS. 두 회사 모두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콘텐츠는 어느새 이처럼 디지털시대의 산업을 주도하고 우리 주변에 와 있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스티브 잡스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재등극하고, “이제 게임은 틀렸다”는 분위기의 소니 임원회의에서 “해야만 한다”고 당당히 주장한 구타라기 겐과 같은 이들을 인정하는 모습 등은 부럽다. 스티브 잡스의 또 다른 도전이 디지털음악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성패여부를 떠나 대담하고 창의적이다. ‘발전소’와도 같은 이런 창의적 경영인들의 에너지는 그런 분위기를 인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분위기에서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어느새 10년 후 나라를 먹여살릴 미래 아이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기반을 위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의 핵으로 등장한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도 ‘못말리는 CEO’의 배출을 북돋우는 분위기가 민관에 두루 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