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예비판정 의미와 전망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며 한국산 D램에 대해 고율의 예비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상무부가 같은 이유로 국내에 들어와 해당 업체들을 상대로 실사를 진행중이어서 충격파는 더하다. 여기에 대만과 일본업체까지 제소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져 우리 업체들은 말그대로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그러나 정작 주범(?)으로 몰린 하이닉스는 자신만만하다. EU쪽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미국 유진공장을 활용하면 큰 타격은 없다는 것. 대만시장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 둔 눈치다.

 ◇파장은 예상보다 적을 듯=지난해 하이닉스는 약 6억8000만개(128Mb 환산기준)의 D램 생산량 중 14%대의 물량을 유럽지역으로 수출했고 이중 절반 가량이 EU회원국으로 공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피해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우동제 연구원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EU회원국에 직접 공급하는 물량이 전체 유럽 수출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면서 “최근들어서는 유럽지역의 물량이 비 EU회원국인 동구권 국가에서 제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직수출 물량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닉스의 유럽지역 주요 고객인 IBM과 HP, 델 등은 스코틀랜드 등지의 현지공장을 인건비가 낮은 동유럽으로 옮기고 있는 데다 동구권에는 생산을 대행하는 협력 EMS업체들도 많은 상황이어서 대응할 방법이 다양하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상계관세로 당장 하이닉스가 입을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면서 “전반적으로 D램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도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정기준 달라 논란=EU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정부보조금으로 판단한 것은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및 2001년 10월 2차 채무재조정 등 두 가지.

 정부 관계자는 “EU는 하이닉스에 대한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와 2001년 10월 2차 채무재조정 등 두 가지에 대해 보조금으로 인정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0.92%의 미소마진으로 상계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로 9196억원의 혜택을 입었고 2001년 10월 2차 채무조정을 통해 5조2380억원의 수혜를 누렸다는 게 EU집행위의 주장이다. EU는 이에 따라 회사채 신속인수에 대해 4.9%의 상계관세를, 2차 채무조정에 대해 28.1%의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결정했다.

 당초 인피니온사가 제소한 세제혜택과 2001년 10월 이전 신규여신 제공, 출자전환 등의 채무재조정은 하이닉스에 실질적인 혜택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반면 미 상무부는 EU와 달리 2000년 12월의 신디케이트론, 수출환어음(DA) 한도 확대, 세제혜택, 2001년 5월 채무재조정 등을 모두 정부보조금으로 인정했다.

 ◇향후 일정=이번 EU집행위원회의 예비판정은 앞으로 4개월간 적용된다. 이후 8월 중순에는 EU회원국 각국이 5년간 상계관세를 부과할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번 예비판정을 위한 자문단 회의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한 프랑스·아일랜드·덴마크 등은 최종 판정에서 상계관세 부과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반면 EU측의 예비판정은 미국과 달라 사전 조사가 이뤄진 상황이어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건은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정. 미국측 결정이 EU보다 한달 가량 앞서 있어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EU 제소에 대응하면서 미국측 판결에서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대우증권 반도체담당 정창원 팀장은 “결국 정부 협상력과 우리 업체들의 대응 노력이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느냐에 달렸다”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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