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공방](3)IT 아웃소싱, 왜 늦어지나

 이슈 공방 이번 주제는 ‘IT 아웃소싱, 왜 늦어지나’다. IT 아웃소싱을 도입하는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인력과 자원의 활용도를 최적화하고 비용 절감을 꾀해 기업의 핵심 부가가치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계량적인 평가와 측정 사례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나친 단기적 성과에 대한 집착하고 정보 유출 등 IT 아웃소싱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부족이 시장 확대의 큰 걸림돌이라는 게 공급자의 입장이다. IT 아웃소싱을 둘러싼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상반된 주장을 통해 IT 아웃소싱의 확대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본다.

 

 <수요자> 박영훈 셀빅(구 제이텔)사장

 소비자가 IT 아웃소싱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기업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만큼 만족할 만한 품질을 보증한다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IT 아웃소싱은 제한된 역량과 자원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기존의 M/M(Man/Month) 기준의 후진적인 계약방식을 타파하지 않으면 서비스 수준협약(SLA)은 도입조차 불가능하다.

 ‘계약 내용과 다르다’ ‘서비스 품질이 왜 이러냐’ ‘이거 변경해 달라’ 등의 문제들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즉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약속이 뒷바침돼야 한다.

 우선 공급자들이 접근방법을 너무 크게 보지 말고 작은 사례라도 성공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수요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100%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가 아니지만 수요자가 거시적 관점에서 얻는 이익이 크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IT 아웃소싱과 관련, 보안과 영속성(continuity)이라는 측면에서 공급자에게 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요구한다.

 IT 아웃소싱을 통해 경쟁관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업체에 자사의 기업 정보가 유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확실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 또 IT 아웃소싱 도입에 따라 전체적인 개념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중요한 요인이다.

 CEO와 CIO는 파트너가 장기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특히 IT 벤처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경우 중요한 업무의 일부를 외부로 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이 두 가지 때문이다. 이는 수요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산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LG그룹의 계열사가 삼성SDS에 IT 아웃소싱을 의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대로 삼성그룹 입장에서 보면 ‘인하우스(In-house)’인 삼성SDS를 선택하는 게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T 아웃소싱 시장 확대를 바라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이 문제를 과연 극복할 수 있느냐가 IT 아웃소싱의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다. 이는 결국 제대로 된 IT 아웃소싱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핵심적인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IT 아웃소싱 시장을 대부분 그룹에서 차지하므로 그룹 계열사 스스로 그룹에 대한 메리트(merit)를 완전히 포기하고 완전경쟁체제로 가야 한다. 이 문제를 쉽게 떨칠 수 있느냐가 IT 아웃소싱의 본격적 확대를 위한 관건 중의 관건이다.



<공급자> 방성호 삼성SDS OM사업 Unit 팀장

 소비자가 IT 아웃소싱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공급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소비자의 마인드 부족이다. 특히 CEO를 대상으로 IT 아웃소싱의 당위성과 장점을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이는 그동안 공급자들이 IT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절감에 대한 성공사례를 수요자에게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IT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와 서비스 업그레이드 현황에 대해 소비자가 실감할 수 있는 계량화된 측정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공급자 책임이라는 지적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IT 아웃소싱 시장의 확대를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IT 아웃소싱에 대한 수요자의 태도와 이해부족이다. 특히 ‘나의 데이터를 남에게 오픈해도 되는가’라는 기업의 보안 측면을 너무 강하게 의식한다. 병원과 은행에서 각각 가장 중요한 정보인 환자 정보와 예금정보 등을 아웃소싱을 통해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좀처럼 쉽게 떨치지 못한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원초적인 거부감을 표시한다. 기존 전산 관련 인력에 대한 축소가 불가피한 IT 아웃소싱 도입은 내부 인력에게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경영자 또한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실제로 삼성SDS는 IT 아웃소싱 계약 후 기존 전산인력을 100% 이관받아 재교육하고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삼성SDS 입장에서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직원 대부분이 ‘짤렸다’는 생각만을 고수하고 CEO들도 이 문제에 대해 한결같은 부담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IT 아웃소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IT 아웃소싱을 도입하려는 경영진의 변화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요자의 요구사항이 명확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계약 당시 세부적인 내용에는 무관심하지만 실제 업무에 돌입하면 입장이 수시로 변한다. 이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얼마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수요자가 발전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를 갖춰야만 본격적인 IT 아웃소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급자 입장에서 ‘10’을 해주고 싶어도 ‘2’만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거시적인 경영 전략 측면에서 IT 아웃소싱을 도입하기보다 단기적인 비용절감에만 급급한 경우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소비자가 먼저 미국의 경우처럼 서비스수준협약(SLA:Service Level Agreement) 방식의 계약을 요구해야 한다.

 기존의 투입 인력 인건비를 기준으로 한 계약모델은 원활한 서비스 보장과 업무에 대한 변경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비스 기준에 의해 관리가 되고 서비스에 의해 계약이 이뤄진다면 앞서 언급한 문제의 상당 부분을 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회>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

 IT 아웃소싱이 상대적으로 비용과 역량을 절감하고 핵심 역량에 더 집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애플리케이션서비스임대(ASP)는 물론 그룹사 SM까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IT 아웃소싱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간 상호 이해 부족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계약 불공정 등 대형 그룹사의 일부 잘못된 관행도 큰 장애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정확하게 요구하고 공급자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정량화된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이해 상충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반면 구체적 사례가 부족할지라도 IT 아웃소싱의 효과에 대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간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수요자는 개별기업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IT 아웃소싱에 접근해야 한다. 공급자는 품질보증으로 수요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될 때 IT 아웃소싱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이제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IT 아웃소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방이 공감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할 때다.

<정리=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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