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서비스로 대접받던 삐삐(무선호출)와 무선데이터통신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선호출은 여전히 찬밥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무선데이터통신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호출 가입자는 매달 수천명씩 줄어들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오는 7월 이후에는 10만명 이내로 떨어지게 된다. 가입자 1300만명을 돌파한 지 불과 6년여 만의 일이다.
반면 무선데이터통신 가입자는 코스닥시장 침체로 가입자 감소를 겪은 이래 지난해 12월부터 리얼텔레콤이 증가세로 전환했고 1위 사업자인 에어미디어도 3월 가입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리얼텔레콤은 매월 3000∼4000명이 늘어나고 에어미디어도 1000명에 육박한다.
무선호출 사업은 리얼텔레콤(옛 인테크텔레콤·대표 백원장)이 유일한 전국사업자로 98%를 점유하고 있으며 무선데이터통신은 에어미디어(대표 황태인)와 리얼텔레콤이 시장을 7대3으로 분할하고 있다.
무선데이터통신의 재기는 네트워크 재활용의 성공여부에 따른 것로 풀이된다.
당초 무선증권거래 서비스로 출발한 무선데이터통신은 개인시장이 줄어들면서 보안·교통정보·검침 등의 기업시장으로 타깃을 전환해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늘어난 리얼텔레콤의 가입자는 대부분 에스원 가입자들로 무선데이터통신 모뎀이 설치된 단말기를 설치, 침입시 경보를 보내거나 단말기의 상태를 원격 점검하는 데 이용한다.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에어미디어도 교통정보 등을 이용하는 기업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에어미디어는 중소 보안업체를 통해 보안단말기 부문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주성태 기획팀장은 “증권서비스에서 교통정보·보안단말기 등으로 통신망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성공해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입자당 매출(ARPU)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단말기를 제값에 판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무선호출망은 재활용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양방향 통신이 안된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유일한 무선호출 전국사업자인 리얼텔레콤은 무선호출망의 단방향 전송기능을 활용해 교통정보 서비스와 PGS단말기의 정보전송, 버스 등의 후불 소액결제 단말기에 업데이트정보 전송 등으로 쓸 계획이다. 이 회사 백원장 사장은 “유지보수 비용이 월 10억원까지 드는 등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망의 특성을 활용한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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