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국산 수신제어장치 `외면`

 국내 디지털방송사들이 디지털방송의 핵심기술인 국산 수신제한시스템(CAS)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계기관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방송사들은 디지털방송의 핵심기술인 CAS의 국산화가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외산제품을 선호해 기술력있는 국산제품의 국내 판로가 사실상 막혀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CAS는 디지털방송에서 가입자를 상대로 시청권한을 부여하거나 제한하고 유료서비스에 대한 인증과 요금을 부과하는 핵심기술이다. 그동안 국내 사업자들이 채택한 기술은 모두 외국기술로 향후 기술적 업그레이드나 기능보완 등에 제한이 따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전세계 주요 CAS기술 보유업체들의 경우 엄청난 기술료와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산업대 최성진 교수는 “국내 CAS 개발업체들이 그동안 기술개발에 나서 제품을 상용화했으나 국내 방송사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일부 CAS업체는 이미 중국 등 외국업체와 판매계약을 맺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오길록)을 비롯한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국내기술로 상용화가 가능한 CAS를 개발했으나 국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TRI는 3년 동안 25억원을 들여 국산 CAS기술 ‘디지패스1’을 개발했다. ETRI 조현숙 박사는 “디지패스1은 용인에서 30대의 수신기를 통한 테스트와 500만가입자를 상대로 한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며 “지금은 디지패스1에 이어 업그레이드된 디지패스2까지 출시돼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텔리맨(대표 김용만) 역시 지난 97년 ETRI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CAS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 이 업체는 중국 5개 도시에 디지털케이블방송사에 개발한 CAS 제품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6월 말까지 제품을 모두 설치할 계획이다. 또 국내 S그룹과 공동으로 또다른 해외시장에 대한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함께 지난2월 유무선 공개키기반구조(PKI) 전문업체인 케이사인(대표 홍기융)도 공개키기반의 CAS를 개발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CAS는 t커머스가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아직 수요처가 없어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텔리맨의 김용만 사장은 “국내에서 중소업체가 개발한 기술이라고 인정을 받지 못한 기술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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