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석 한국기술거래소 사장 wsyon@kttc.or.kr
최근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 기업들의 회생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회생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과학기술 잠재력이다.
특히 각종 첨단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이 가진 잠재력은 기존 산업사회에서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디지털산업사회하에서의 기술, 기술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며 기업 경쟁력이다.
이런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R&D, 제품개발, 마케팅 및 생산이라는 4개 요소를 들 수 있다. 물론 이 4개 요소가 갖춰질 때 세계 일류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산업기술재단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일류기업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역량을 R&D(46%)와 제품개발(45%), 마케팅(5%), 생산(4%) 등의 순으로 꼽았다. 또, 시장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케팅(44%)과 제품개발(28%), R&D(22%), 생산(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R&D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며 마케팅 역량 구축에는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 확보가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중 R&D나 제품개발은 ‘기술’ 내지 ‘기술력’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일류상품이나 기업으로 성장·유지함에 있어서 다른 어떠한 요인보다도 중요하다.
나아가 대내외적으로 상존하는 불안한 여건과 외부충격으로부터 버틸 수 있는 자생적인 경제의 내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기술경쟁력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은 국가의 미래 성장 잠재력 확충과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벤처업계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수많은 노력과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각종 기술들이 벤처기업들의 몰락과 함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는 자금난이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인위적인 부양책을 통해 쓰러져가는 기업들을 살리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산업의 흐름 자체가 양적 성장에서 시장친화적 질적 성장으로 변화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맞는 제도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중의 가장 중요한 현실적 대안중 하나가 중소·벤처기업 M&A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M&A는 코스닥시장의 장기침체와 직접 금융시장의 기능저하에 따른 가장 현실적인 모델이다.
실제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은 9000여개의 기업 중 30% 가량이 M&A를 통해 새로운 출구나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상장·등록기업 위주의 벤처기업 M&A는 기업 가치 제고라는 중장기적 차원보다는 머니게임적 또는 재료성 M&A가 상당수 진행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또, 비상장·비등록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M&A는 기술 및 아이디어 등 지적재산권이나 성장잠재력에 대한 가치평가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 아직까지 M&A에 대한 소극적·부정적 관점이 많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무한기술 경쟁시대인 오늘날 M&A의 필요성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기업은 기술벤처 인수를 통해 미래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벤처는 유동성과 판로 확보를 위해 ‘외부역량의 내부화’ 추진이라는 적극적·긍정적 관점이 기업경쟁력 확보의 필수적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및 관련기관들은 중소벤처기업 M&A에 적합한 자본조달제도의 미흡 등 제도적 장치나 금융지원제도 부족 등 인프라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나 기업이 M&A라는 도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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