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 멎어도 `지뢰밭`은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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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전 종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부터는 종전 이후의 장세를 준비하자는 증권가의 목소리가 높다. 조기 종전은 심리적 측면에서 불확실성 제거라는 긍정적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라크전 뒤에 숨겨졌던 북한 핵문제와 기업들의 실적부진, 카드채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장기간 주가가 급상승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 역시 만만치 않다. ‘종전 랠리’가 오랜 시간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냉정을 찾고 종전 이후의 변수들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처리방법=이라크전 이후 관심은 ‘북핵’ 문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모아진다. 북핵 문제는 우리 정부가 파병까지 감행하며 위험관리에 나섰고 미국의 평화해결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이라크에서 시작된 위기가 한반도로 이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은 다시한번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무디스사는 8일 향후 한국의 신용등급에 있어 북한 핵문제가 가장 큰 변수라고 밝혔다.

 ◇국내외 주요 기업 실적 둔화=국내외 주요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도 호재보다는 악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현대증권은 올해 1분기 주요 상장·등록기업들의 작년대비 영업이익은 17.8%, 순이익은 25.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SK증권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2.4%, 15.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실적둔화를 우려했다. 이번주 야후와 GE를 시작으로 발표될 미 주요 IT기업의 실적도 대부분 주가에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쟁 끝나면 유가 안정?=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황보다 중요한 것이 유가흐름”이라며 “종전이 유가 하향 안정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전 기대감으로 28달러대까지 내려온 유가가 추가 하락한다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날 OPEC가 감산을 언급하는 등 유가의 안정 여부도 현재로선 불확실해 보인다. 강 연구원은 “전황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전황에 따라 악화되고 있는 경기가 회복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채와 사스=이라크 전쟁 발발과 함께 수그러들었던 카드채와 SK문제, 내수침체 등도 고려할 요소다. 정부가 내놓은 카드채 안정화 방안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를 이월시킨 것에 불과하다. SK문제 역시 그 파장 등은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수출경기 침체에도 불구, 호조를 보였던 유통·쇼핑 등 내수경기가 올 상반기 침체되고 있다는 분석도 최근 크게 늘었다. 또 중국·홍콩 등에서 시작된 사스 문제도 장기화된다면 해당지역 수출기업들의 영업과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