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 e비즈니스

◆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jsuh@etnews.co.kr

 ‘시대의 대세’라던 e비즈니스가 주춤거리고 있다. 기업들은 실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핑계로 지속적이어야 할 IT인프라 투자를 줄이거나 미적거리고 있다. 전위대 역할을 자임했던 e마켓플레이스들도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당초 의욕과 달리 거래량이 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지수를 좌우하는 이라크전쟁이나 북핵문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기업들의 하소연을 듣노라면 그 원인은 대략 세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성급한 e비즈니스화 추진에 따른 반작용이다. e비즈니스는 수행과정이나 지향 가치가 산업화시대의 대량생산체제의 그것과는 다르다. 아무리 혁신적인 도구와 비즈니스모델을 동원한다 해도 업무 프로세스가 바꾸지 않고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사전에 깊이 고려치 않고 시류나 유행에 따라 e비즈니스화를 추진했다는 반증이다.

 둘째는 IT 인프라 구축을 e비즈니스화의 전부 또는 완성으로 착각했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e비즈니스화는 80년대의 전산화나 90년대의 정보화 과정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이런 문제는 인프라는 세계 최고지만 비즈니스의 질적 수준은 낙후돼 있다는, OECD등의 지적과도 맥을 같이한다.

 셋째는 상품 변신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e비즈니스 환경에 걸 맞으려면 고객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양한 취향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대량생산시대의 보편성을 지향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매우 모범적이며 교리적이다. 첫번째의 답으로는 제품기획에서 생산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프로세스간 연계를 재구축하는 일이 제시된다. 두번째 지적에는 필연적으로 기업문화와 조직의 마인드확산이 따라야 하고,확장된 관리능력도 요구된다고 답하고 있다. 세번째는 탈 대중화 시대 부응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솔루션’이라는 신종 상품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이러한 진단과 처방이 실행 의지까지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알고도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불경기인 상황다. 기업을 지탱하기조차 힘든 데 무슨 ERP고 SCM이냐는 얘기다. 이런 해명은 상황론에 맞물려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70년대 대량생산체제 도입 때부터 나온 단골메뉴라는 점에서 너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e비즈니스화 의지를 유발시킬 ‘동력의 부재’는 꽤 설득력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시대의 대세’라는 모토는 과거 국민의 정부때 나온 것이다. e비즈니스를 국가적 정책과 재정지원이 요구되는 신성장산업으로 규정한 미국 등의 추세를 신속하게 반영한 결과였다. 기업들은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계획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예년 이맘때쯤이면 새로운 추진계획, 지원계획 등이 줄지어 나와야 할텐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e비즈니스에 대한 ‘동력의 부재’가 본격 거론된 것은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이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와 같은 새 국정과제 태스크포스가 뜨면서 관련부처들이 청와대에만 눈높이를 맞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왔다. 정부정책을 중간위치에서 집행해갈 산하단체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는 틈(?)을 타 신성장 산업이라던 e비즈니스가 뚜렷한 이유없이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려 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유행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기에는 e비즈니스에 대해 걸었던 기업들의 기대가 너무나 한마디로 애처로워 보인다. e비즈니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안 분석도 웬지 처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