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정보유출과 카드복제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카드 도입계획이 표류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마그네틱 카드의 위변조를 막을 수 있는 스마트카드 표준규격 채택을 놓고 시중 은행은 국산 K캐시를, 신용카드업계는 국제표준인 EMV를 내세우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보안에 취약한 기존 마그네틱 카드의 교체라는 것을 감안하면 표준규격 문제로 인해 스마트카드 도입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잘 알다시피 플라스틱 카드에 초박형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및 ROM·RAM 등의 메모리를 내장한 스마트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성이다.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각종 보안정보가 내장돼 있어 해킹도 힘들다고 한다. 한 마디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모두가 꼭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스마트카드 도입 문제가 표류하는 것은 각종 시스템과 장비 전환비용 그리고 부담 주체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K캐시를 강력히 천거하고 있는 은행권은 “EMV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여건과 산업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K캐시를 적용하고 IC칩 수준에서 EMV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K캐시의 용도가 확대돼 기존 CD·ATM기에 적용할 경우 글로벌 호환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각국의 로컬 표준을 수용할 수 있는 EMV규격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은행권의 주장대로 K캐시와 EMV규격을 동시 수용하면 이중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MV가 세계 카드시장 3대 업체인 유로패이(Europay), 마스터카드(Mast ercard), 비자(Visa)가 전 세계적인 안정성과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발표한 스마트카드의 국제표준 규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표준규격 채택에 따라 스마트카드 전환 비용의 규모와 부담 주체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면 이해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마트카드는 조기에 도입되어야 하며, 국익에 우선하는 쪽으로 표준규격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면서 엄청난 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례로 국내시장만 해도 기존 현금카드를 스마트카드로 전면 전환할 경우 대략 3000억∼3600억원(현재 발급된 현금카드 수량을 6000만장, 스마트카드 1장 당 가격을 5000∼6000원으로 가정할 경우)의 신규시장이 형성될 정도라고 한다.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스마트카드 솔루션업체, 카드제조업체, 시스템 공급업체가 특수를 누리고 금융권의 현금지급기(CD)와 현금입출금기(ATM) 교체로 이어지면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우리가 스마트카드 도입계획의 표류를 걱정하는 이유는 또 있다. 스마트카드 사업자들의 보안 알고리듬과 운용체계가 달라 각기 다른 단말기를 공급해야 되는 등 이중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시장이 더 이상 커지기 전에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패권의 새로운 질서
-
2
[ET단상] 양자와 AI 시대, K보안 도약을 위한 제언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ET톡] AI와 2차 베이비부머의 미래
-
5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4〉AI '앱 경제'를 '에이전트 경제로' 바꾸다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
7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8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9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
10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