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구성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팽팽하게 맞서 가뜩이나 늦어진 제2기 방송위 구성에 난관이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 추진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으며 한나라당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방송위 선임에서 국회 다수당의 절대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의 1당이 국회추천 6명을 압도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상당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사실 왜곡으로 우리당은 방송위가 정권을 편드는 현상을 없애고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에서 대통령·국회의장·국회문광위가 각각 3명씩 추천해 9명으로 돼 있는 현행 방송위원의 정수를 7명으로 줄여 대통령 1명, 국회가 6명을 추천토록 하고 국회추천 위원은 한 당에서 3명을 넘지 못하는 방향으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같은 공방은 기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국회추천 6명에 대한 방송위원 배분수 공방과는 또다른 차원의 갈등을 예고했다. 덩달아 제2기 방송위원회 구성은 첩첩산중의 난관에 접어들 전망이다.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된 방송 정책·행정·규제를 위해 방송위원회는 지난 2000년 3월 통합돼 3년의 제1기를 지나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의 공방으로 제2기 구성이 답보상태에 머무르는 등 독립 기구로서의 위상에 흠집이 나고 있다.
방송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갈등이 그간 방송의 축인 언론 부문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그 결과 또다른 축인 산업 부문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간산업으로 부각된 방송이 정치권의 공방으로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시대를 접고 디지털방송을 선도해 나가야 할 방송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외국의 방송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우리나라만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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