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비업계, WCDMA서비스 연기 후폭풍

 ‘이통장비업계, 탈출구는 없나.’

 최근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WCDMA서비스 계획을 대폭 축소하거나 연기하기로 한 가운데 이에 따른 불똥이 장비업계로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이미 발주한 프로젝트마저 슬그머니 원점으로 되돌릴 분위기여서 장비업계의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나아가 국내 레퍼런스사이트를 확보해 이를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당초 전략에도 차질이 생겨 장비산업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프로젝트 발주 ‘스톱’=현재 WCDMA사업자들의 장비공급자 선정은 KTF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LG전자가 주 공급업체로 선정돼 1300억원 규모의 장비를 수도권용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노텔코리아가 예비협상자 자격으로 공급기회를 엿보고 있다. SK텔레콤 입찰은 지난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노텔이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가 수도권에 국한돼 실시되고 전국서비스는 연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대상자라는 ‘명함’이 당분간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LG전자에 이어 KTF의 지방권 장비 공급권을 노려왔지만 지방서비스는 오는 2006년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일단 SK텔레콤의 수도권용 장비 공급권을 따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마저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두달이 넘도록 진척상황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중계기 분야도 최근 KTF가 BMT를 실시해 지난해에 이어 2차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발주가 언제 이뤄질지는 예측하기 힘들어졌으며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중계기 BMT를 실시한 후 아직 후속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장비업계 위기감 확산=이통장비업계는 지난해를 끝으로 cdma2000 장비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올해 사업의 초점을 WCDMA에 맞춰왔다.

 기지국업체는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사업자들의 BMT에 1년여 가까이 참여했고 이 과정에만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투입했다. 중계기업체도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찌감치 WCDMA 중계기 개발에 착수해 지난 하반기부터 사업자들의 중계기 공급자 선정작업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흘러나오던 서비스 연기설이 소문이 아닌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업계는 단순한 허탈감을 넘어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 내수시장마저 더디게 열릴 경우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국내 산업기반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전략 수정 불가피=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업자의 계획만 믿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WCDMA장비 개발에 전념해왔는데 정작 장비 구매는 축소·연기하고 향후 일정에 대한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BMT에 참가했던 A사 관계자는 “BMT 작업시에는 갖은 주문을 하며 괴롭히더니 이제 와서는 나몰라라 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대응카드의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익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WCDMA에 대한 신규투자를 늦추는 사업자에게 장비업계가 내세울 ‘대응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WCDMA를 통해 또 한번의 신화를 꿈꿔온 이통장비업계의 WCDMA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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