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SW기업 살릴 수 있나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 상명대 교수 juchoi2@markany.com

 

 정부에서는 늘 ‘소프트웨어(SW)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육성하겠다’고 강조한다. 이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그러했고, 이번 참여정부에서도 수차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정부의 움직임은 지금도 과당경쟁 유도와 저가구매를 통한 ‘SW산업 죽이기’로 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1원짜리 공사입찰은 정부의 의지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최근 세 번씩이나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업들이 쌓아놓은 돈이 엄청나게 많거나 정부기관이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다음 사업에 현재의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걸려 있다고 해도 1원짜리 공사가 어떻게 가능한가.

 과당경쟁에 의한 저가입찰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가입찰 때문에 정부에 납품하는 데 앞장서는 대형 SI업체들이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SW기술기업들이 생존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첫 번째 문제는 SW산업이 차세대 반도체산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마구잡이로 투자해 모든 대기업이 SI 계열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SI업체가 시장에 비해 너무 많은 인력을 보유하다 보니 결국 과당경쟁으로, 과당경쟁이 저가입찰로 이어져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대형 SI업체들에목을 메고 있는 기술력을 가진 솔루션 벤처업체들을 죽인 간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가문제의 모든 책임이 기업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IT기업들을 살리겠다고 말하면서 IT기업 죽이기를 유도하고 있는 정부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정부 입찰의 첫 번째 문제는 대부분의 입찰이 과잉 스펙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배정된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컴퓨터 시스템과 SW를 요구하고 있어 예산 자체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기술료는 고사하고 인건비라도 벌어보자고 입찰에 응한 기업들은 막상 입찰에서 승리해도 또다시 관행상 10∼20%를 무조건 깎아야겠다고 덤비는 조달담당자들에게 시달려야 한다. 조달부서에서는 ‘국민의 혈세’를 아끼기 위해 낙찰가격을 무조건 깎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무슨 수로 제값을 받고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겠는가.

 두 번째로는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방식의 문제다. 감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안 룰렛을 하듯 무작위로 추출한 ‘전문가 아닌 전문가’를 다수 동원해 심사를 하다보니 점수 차이는 거의 없어지게 되고, 결국은 입찰가격으로 승부를 겨루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 기관에 수십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엄청난 수의 공무원이 있고, 전문가 초청 케이스로 정부 기관에 영입된 민간 출신 전문가가 널려 있어도 다수의 외부 ‘전문가’를 불러 심사를 해야 하는 이런 제도가 왜 있어야 하나.

 어쩌면 대통령이나 장관만 ‘SW산업을 살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각 부처 실무자들은 ‘국민 혈세를 아끼기 위해 저가입찰’을 조장하거나 용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저가입찰로 정부가 예산을 아낄 수는 있지만 이것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2000년 벤처 거품으로 엄청난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향후 더 많은 비용을 쓰러져가는 벤처들에 지불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제대로 물건값을 쳐주고, 개인들이 정품을 사서 썼다면 아마 우리는 세계적인 SW업체 10개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앞장서서 벌이는 ‘SW 제값 안 주기’ 관행 때문에 우리 국민은 엄청난 혈세를 벤처 살리기에 쏟아넣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할 일은 IT벤처를 많이 만들기 이전에 정부 부처가 제값을 주고 제품을 사서 쓰도록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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