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피해 최소화 `온힘`
미국 상무부가 1일(현지시각) 하이닉스반도체에 잠정적으로 57.37%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정부와 업계 및 관계자들은 부당성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는 한편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2일 산자부·외교부·재경부 등 관계부처들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고 채권단의 자율적 상업조치를 정부지원금으로 간주해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이번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이번 예비판정이 즉각 대미수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나 7월로 예정된 최종판정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채산성 및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우선 이달에 있을 현장실사 등 남아있는 조사절차에 민관공동 대책반을 구성해 적극 대응하고 5월중에 있을 한미통상현안 점검회의와 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고위접촉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당초 예상치의 2배 가까운 57.37%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상무부의 조치가 터무니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 수립에 나섰다. 하이닉스는 미국내 태스크포스와 국제전화·e메일을 통해 예비판정의 배경과 현지 분위기 등을 보고받고 곧바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김광욱 하이닉스반도체 태스크포스 차장은 “앞으로 이번 사건의 배경과 비슷한 상황들이 벌어져서 양국간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고려해 이번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이강원 행장은 “채권단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지원금을 정부보조금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너무 억지다”며 “IMF때 구조조정자금으로 들어간 모든 자금을 다 보조금으로 본다면 미국과의 통상마찰은 끊이질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채권단의 입장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대한상의·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미간 통상마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전경련은 미국도 9·11테러 직후 자국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급한 예를 들어 이번 판정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도 “작년 철강 세이프가드 발동에서 볼 수 있듯이 부시 행정부는 자국 기업 및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 기조가 확실해 보인다”며 “이번 조치는 상식선을 벗어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수겸 한국IDC 반도체담당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간 통상 문제다. 하이닉스가 무너질 경우 국내 반도체산업이 붕괴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신중히 판단해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후식 동양증권 투자분석가는 “이번 문제로 인한 당장의 피해보다는 서구 열강의 통상마찰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